“살짝 ‘콩’ 했는데, 치료비 4700만원”…경증환자들 ‘우르르’ 찾는 곳 보니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입력 : 2025.07.17 09:16:12 I 수정 : 2025.07.17 09:22:30
한방병원 진료비 5년간 2배 급증
8주 초과 경상환자 87% 한방환자
자동차 사고 ‘세트 청구’ 주 원인


#A씨는 운전하다가 앞차를 살짝 ‘콩’하는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충격은 크지 않았고 트렁크만 파손돼 수리비는 35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A씨는 사고 직후 한방병원에서 경추 염좌(상해등급 12급) 진단을 받고, 이듬해까지 410일 동안 통원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진단서는 총 48회 발급됐다. 보험사에 청구된 치료비는 총 4790만원에 달했다.

경미한 자동차 사고 모습.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 손보업계]
위 사례처럼 8주 넘게 장기 치료받는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대부분이 한방 환자로 드러났다.

한방병원의 평균 치료 일수와 치료비가 모두 양방보다 훨씬 많아서 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 과잉진료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사고 경상환자, 치료 8주 초과 87% 한방병원行
17일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 117만1507명 중 90.1%(105만5904명)가 8주 이내 치료를 마쳤다.

8주를 초과한 치료 환자(11만5603명)의 대부분인 87.2%(10만902명)는 한방 환자였다.

양방 환자의 86.9%가 4주 이내 치료를 끝내고, 95.8%가 8주 이내 치료를 끝내는 것과 달리, 한방환자는 70.7%만이 4주 이내 치료를 종결하고, 87.8%가 8주 이내 치료를 종결했다.

한방치료를 이용한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일수와 치료비 역시 양방보다 높았다.

한방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일수는 10.6일로 양방(5.4일) 대비 약 2배에 달했다.

한방 경상환자 1일당 평균 치료비 역시 10만7000원으로 양방(7만원)보다 53.3% 높은 수준이다.

한방병원에서 단순 염좌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에게 MRI 같은 고비용의 영상검사, 다종·다량의 한방치료를 집중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1인당 평균 진료비가 크게 오른 탓이다.

[표 = 의료기관별 경상환자의 치료기간에 따른 분포(단위: 명, %)]
이러한 이유 등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9년 4308억원에서 2024년 9874억원으로 5년간 2배 이상 급증했다.

한방진료비 중 세트청구(다종시술) 비중도 이유로 꼽힌다.

손해보험 4개사의 한방진료비(통원)는 2020년 5271억원에서 2024년 7851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6가지 이상 한방시술을 당일 함께 시행한 ‘세트청구’ 진료의 비중은 47.5%에서 68.2%로 20.7%포인트 급등했다.

2024년 기준 경상환자의 세트청구 진료비 비중은 69.7%로, 9∼11급 환자의 세트청구 진료비 비중(58.0%)보다 오히려 높아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의 경우 건강보험 기준을 따르는 양방에 비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이 미흡해 과잉진료 유인이 크다”며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심평원이 한방 다종시술 진료 항목과 시행 빈도가 높은 의료기관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 ‘8주룰’ 나이롱환자 막는 車손배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국토교통부는 ‘8주룰’로 자동차 사고 나이롱환자를 막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내고, 오는 30일까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개정은 지난 2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다.

환자 치료 8주 경과 시 진단서·경과기록·사고충격 등을 제출토록 하고 이후 보험사 심사를 통해 ‘지급보증 연장·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환자가 불응할 경우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일주일 내 심의한다.

이에 대한한방병원협회 등에서는 이번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보험사가 8주 시점에 지급보증 중지 통보를 결정함에 어떠한 기준도 없이 보험사 자율권을 부여,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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