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정제국가인 중국이 올해 상반기 수입액 기준으로 브라질로부터 전년 동기 대비 3배의 희토류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관심이 쏠린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브라질 기업협의회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상반기 브라질로부터 670만달러(약 93억2천억원)어치의 희토류 화합물을 수입해 무려 200% 늘렸다고 보도했다 절대적인 규모로는 크지 않은 액수지만, 중국이 브라질을 상대로 전략적 광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SCMP는 전했다.
리창 중국 총리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홍콩 SCMP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미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2024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통계를 보면 중국이 27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69%를 차지했고 미국(4만5천t), 미얀마(3만1천t), 호주(1만3천t), 나이지리아(1만3천t) 등이 뒤를 이었으며 브라질도 매장량이 많아 주요 생산국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제1위 생산국이자 정제 작업의 90%를 진행하는 중국이 잠재 생산 대국인 브라질로부터 희토류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외교가에선 부동의 희토류 생산·정제 1위 국가인 중국이 원료 공급 다각화 차원에서 브라질산을 더 확보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무역 공격의 최대 피해국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브라질과의 '연대'를 위해 희토류 수입을 늘리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근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로 공개한 서한에서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항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미국-브라질 관세 분쟁 양상도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90일간의 '휴전'을 마치고 다음 달 12일까지 미국과의 지속 가능한 관세·무역 합의를 해야 할 처지인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무역·첨단반도체 등과 관련한 공격에 맞서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이 사실상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7종의 중(重)희토류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했고, 이로 인한 전기자동차·핵잠수함·첨단전투기 등의 생산 차질을 우려한 미국의 양보를 받아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허가했던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용도 H20 칩의 수출 재개를 끌어낸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선 '희토류 무기화' 성과로 인식하고 차후 대미 전략과 관련해 다양한 희토류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 내에선 브라질과의 희토류 연대 역시 미국을 겨냥한 카드로 인식한다.
아울러 'H20 칩 수입 재개'라는 목적을 달성한 중국은 이제 정부 채널을 통해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카드를 꺼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당국의 과학전문지 과학기술보는 작년 11월 기준 중국 내 150개의 지능형 컴퓨팅센터에서 40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면서 현재 컴퓨팅 용량의 30%만이 사용되고 있어 H20 칩의 수입 재개로 해당 칩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물론 관련 업계가 중국 당국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H20은 미국이 최고 수준 사양의 AI 칩의 대중 수출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특화해 만든 칩으로, 중국 AI 스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추론 AI 모델도 H20을 활용했다.
달리 말하면 H20 칩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대체 수출할 수 없는 품목인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는 55억달러(약 7조6천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공급 과잉을 이유로 H20 칩의 수입 조절에 나서면 엔비디아의 손실을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도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