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지배구조 규제 강화, 밸류업 만능열쇠 아냐"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증시부양 원인 다양…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검토 요청
강태우

입력 : 2024.10.01 12:00:03


아시아 지배구조 상위 8개국 주가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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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 밸류업을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각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의 경우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승률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승률 순위가 일치하지 않고, 주가지수 상승은 경제·기업 여건과 인센티브를 통한 구조 개혁,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등이 결합해 도출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점인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부양 원인이 원자재 가격 상승, 개인 투자 급증 등 복잡다기하고, 자율적 시장 감시와 주주와의 소통 확대를 통한 개선 사례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지수 상승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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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1위·주가 상승률 6위의 호주는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가를 견인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호주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코로나19 이후(2020년 1월∼2024년 9월) 선물상품지수가 226% 급등했다.

호주는 현재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6개가 자원회사로, 시총 1위인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그룹을 비롯해 2위 포테스큐 메탈 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인도(지배구조 7위·주가 상승률 1위)는 높은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최근 3년간 5천만개 이상의 주식계좌가 신설되는 등 대면 활동이 제한된 코로나19 기간 대체 수입원을 찾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이 증시 부양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했던 일본(지배구조 2위·주가 상승률 3위)은 오히려 규제보다 일본은행·연기금 등 국내 주식투자 확대와 주주 소통 강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 도입(수익 전액 비과세), 장기성과 연동 성과급의 손금산입 확대 등이 증시를 부양했다고 봤다.

지배구조 4위·주가 상승률 2위인 대만의 경우도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주가가 60.6달러(2020년 1월)에서 189.3달러(올해 9월)로 3배 이상 급상승하는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한 것이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배구조 상위 8개국의 지배구조 규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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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아시아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의 핵심이자 만능열쇠로 여겨지며, 이와 관련한 각종 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도입 논의 중인 규제들은 지배구조 상위 8개국 간 비교해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한국의 현행법과 마찬가지로 다른 7개국도 모두 회사법상 '회사'로 한정돼 있으나, 한국은 이를 '주주'에 대한 책임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소수 주주 우호적 이사 선임 가능성을 높이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도 이미 과도한 규제가 도입됐거나 도입 논의 중인 사례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또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의 책임이 가중돼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을 꺼리는 등 밸류업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장기 보유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 신설, ISA 세제 혜택 확대 등 지배구조 이외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밸류업은 기업 여건과 경제 환경, 투자자 측면까지 고려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이렇게 규제만 강하게 도입하면 외국기업과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거나 상장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국내 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urni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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