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법제화, 블록체인으로 기존 금융 비효율 개선 방법 모색 필요”

홍성용 기자(hsygd@mk.co.kr)

입력 : 2024.10.14 14:46:59 I 수정 : 2024.10.14 16:30:06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 인터뷰
“주식·채권 등 전자증권에 블록체인 도입필요”
“미국·싱가포르 등 토큰증권 도입 빠르게 진행”
“수십개 은행·증권 계좌대신 한개 계좌로 거래”
“주주명부 파악도 원하는 때 언제나 확인가능”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 <사진=이승환 기자>
“토큰증권(STO) 법제화는 현재의 금융 비효율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금융 인프라를 개선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함께 가야 합니다”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주식이나 채권 및 파생결합증권(ELS), 증권예탁증권(DR) 등 현재의 전자증권 제도로 운용되는 정형적 증권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기반 기술을 블록체인으로 만들어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 청산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에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차원에서 토큰증권 법제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 설립된 페어스퀘어랩은 탈중앙화 금융(De-Fi) 등에 전문성을 가진 블록체인 및 웹3.0 전문기업으로, 지난 6년 동안 금융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왔다.

토큰증권을 포함해 가상자산 지갑, 탈중앙화 거래소(DEX), 스왑(Swap) 등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올해 6월에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자사의 토큰증권 플랫폼 ‘에셋트럼’으로 GS 인증 1등급을 취득하기도 했다.

GS인증은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기능 적합성, 성능 효율성, 사용성, 보안성 등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평가하는 국가 인증제다.

국회에서는 최근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토큰증권과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 시행을 위한 내용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 윤창현 전 국민의힘이 의원이 발의했지만, 심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에는 토큰증권 발행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에 대한 정의와 규율과 관련한 근거를 담는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제 등을 신설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 유통 규율 근거와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를 만드는 조항이 핵심이다.

김 대표는 “증권은 크게 정형적 증권과 비정형적 증권으로 나뉜다. 정형적 증권이 우리가 익히 아는 주식이나 채권 및 파생결합증권(ELS), 증권예탁증권(DR) 등이고, 비정형적 증권에는 수익증권(비금전 신탁)과 투자계약증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현재의 토큰증권 논의는 2021년부터 투자가 본격화된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 ‘조각투자’ 상품을 새로운 종류의 자산으로 보고, 비정형적 증권의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자산에만 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개정안의 큰 틀로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향 대신에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국가처럼 주식이나 채권 등 주류 전자증권의 영역에도 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할 기반을 마련하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각투자에 대한 법제화와 토큰증권을 제도화하는 것 자체가 별도의 두 가지 논의라는 얘기다.

조각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정형 증권에 대한 제대를 개선하고 새로운 상품을 모색하는 것 하나의 논의와 기반 기술을 블록체인으로 대체해서 현재의 증권을 발행, 유통, 청산하는 것과 관련한 토큰증권 논의가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 <사진=이승환 기자>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상품 출시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블록체인 기술이 정책, 프로세스, 정보시스템 등 기존 금융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법안 개정을 검토하는 대신 금융 인프라의 일부 영역에 ‘분산원장’이라는 기술적 장치만을 덧붙이는 모습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의 형태로 규제 밖에서 먼저 흘러들어왔고, 이제는 본질인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이 규제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는 제도가 없어서 제도부터 만들어져야 하는 과도기적인 현실”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또 “통상 금융 시장은 규제로 다 묶여있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통합되기 어려운데, 블록체인 기반으로 제도가 짜이는 ‘금융의 글로벌화’가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오닉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토큰증권의 예다. JP모건의 오닉스는 허가형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은행과 금융 기관이 자금과 자산 이동 및 정보 공유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대표는 “오닉스 출시 이후 JP 모건은 2023년 10월까지 30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며 “JP모건은 예금 토큰, 정보 저장, 자산 토큰화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도 JP모건의 오닉스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자사의 머니마켓펀드(MMF) 주식을 토큰화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도 통화청(MAS)이 주도로 ‘가디언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 가디언은 자산 토큰화를 통해 금융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입안자와 금융 업계의 협력 계획이다. 자산 토큰화를 위한 산업 표준을 수립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통화청이 주도하는 토큰증권 이니셔티브에 HSBC 등 글로벌 12개 기관이 참여해 토큰증권에 퍼블릭 블록체인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전자증권 제도 등 현재의 금융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가령 기업공개(IPO) 청약에서도 비효율이 개선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예금에서 1억원어치를 청약에 넣겠다고 하면, 분산원장 기술로 1억원을 이동시키지 않고도 계좌에서는 못 쓰는 돈으로 록(Lock·동결) 시킬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돈이 이동하지 않고도 청약을 할 수 있고, 1억원에 대한 단기 수익은 금융소비자인 개인이 고스란히 가져가는 게 비효율을 없애는 예”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뱅킹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단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개설해서도 쓸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나이가 50대만 돼도 금융 계좌가 스무개가 넘는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수십 개의 은행사, 보험사, 증권사별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모두 외우지 않아도 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증권사별로 데이터베이스(DB)가 합쳐져 있지 않고 계좌나 거래가 다 쪼개져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거래를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실시간 매칭이 안 되니까 중간에서 모아서 서로 비교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식 사고파는 게 실시간으로 되지만, 증권에서의 소유권 양도가 D+2일 후에 되는 것이다.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쓴다는 전제하에 하나로 합쳐져 있으면 소유권도 바로 넘겨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원장에 블록을 쌓으면서 거래를 기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유권의 이전이 훨씬 빠르고 심플하다. D+2일이 아니라 바로 소유권이 넘어가면 무차입 공매도 같은 제도적 결함도 한 번에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서도 주주가 누구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주주명부를 원하는 때 언제나 볼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주식회사에서 주주 파악은 초기 비상장 회사나 상장 회사나 모두에게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주주총회 하거나 합병하거나 배당하거나 등 1년 중에 특별한 며칠을 빼고는 명부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내가 주주인데도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에 증명서를 발급받아 움직여야 한다. 이같은 기본 시스템을 바꿔야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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