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34명 목숨 앗아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참사 10주년
생존자들 '악몽' 계속…공장주·건물주들 처벌 없어안전·노동환경 상당폭 개선됐으나 미비점도 여전
유창엽
입력 : 2023.04.25 12:31:19
입력 : 2023.04.25 12:31:19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사비르 공단 내 '라나 플라자' 의류공장이 무너져 1천134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나 플라자 붕괴 참사가 10주년을 맞았다.
당시 9층짜리 공장이 붕괴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과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은 사고 10주년인 24일(현지시간) 사고 이후 생존자 근황과 현지 의류제조업계 변화상 등을 짚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액션에이드 NGO'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나 플라자 사고 생존자의 63% 이상이 다시는 의류공장에서 일하지 않았다.
당시 생존자로서 현재 다카의 한 사립병원 청소부로 일한다는 여성 노동자 악테르(34)는 "어떤 (의류) 공장에든 돌아갈 수 없다.
라나 플라자의 (사고) 기억이 아직도 악몽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의류 공장
[연합뉴스TV 제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하지만, 막대한 희생에도 라나 플라자의 공장주들과 건물주들은 방글라데시의 느려터진 사법시스템 덕에 지금까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들은 권력이 있고 부유해 앞으로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또 사고 생존자들이 충분히 보상도 받지 못해 어떤 생존자들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 생존자가 AFP통신에 말했다.
이처럼 라나 플라자 참사는 생존자들에게는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국내총생산(GDP) 4천600억 달러(약 612조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경제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는 기성복 업계에는 사고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BGMEA)에 따르면 국내 기성복 공장 3천200곳 가운데 80% 이상이 이제는 안전과 보안 측면에서 국제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성복 제조업자와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들, 노조 등이 합심해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개선한 결과라고 알자지라는 평가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전 세계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 인증을 받은 상위 100개 건물 가운데 절반이 있다고 인도 영자지 비즈니스 스탠더드가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가 평가, 인증하는 LEED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서 LEED 인증을 받은 의류공장은 라나 플라자 참사 이전에는 2곳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87곳으로 늘어났다.
500여곳의 의류공장은 현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라나 플라자 사고 이후 방글라데시는 노동자 권리 보호와 작업장 안전 보장을 위해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노동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루바나 하크 전 BGMEA 회장은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라는 국가적 비극이 우리에게 교훈을 남겼고 그 결과 우리는 전체 기성복 업계의 잘못된 부분을 모두 고치려고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래픽> 최근 방글라데시 화재 및 붕괴사고 일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한 의류공장에서 2013년 5월 8일(현지시간) 또다시 불이 나 최소 7명이 사망했다.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사고 이후 현지 의류업계도 크게 성장했다.
국제금융공사(IFC)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수출 실적은 2015년 190억 달러(약 25조4천억원)에서 2022년 340억 달러(약 45조4천억원)로 성장해 방글라데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이 됐다.
의류 수출 실적은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노동법 개정 등에도 미흡한 점도 여전히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라나 플라자 사고 이후에도 방글라데시에서 최소 35건의 의류공장 사고가 일어났다.
2016년 일어난 의류공장 보일러 폭발 사고로 24명이 숨졌고, 다음 해 발생한 같은 유형의 사고로 13명이 사망했다.
의류공장 안전점검 항목에 화재나 전기, 건물 구조는 들어있었으나, 잇단 보일러 폭발 사고 이후 보일러는 항목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항목에 포함했다.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노조인 '전국의류노동자연맹'(NGWF)의 아미룰 아크 아민 회장은 방글라데시에는 5천개 이상의 가동 중인 보일러가 있음에도 정부가 임명한 점검요원은 6명에 불과한 게 문제라며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아민 회장은 의류공장 안전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 '기성복 지속가능성 협의회'(RSC)의 노조 측 대표이기도 하다.
RSC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기성복 제조업자, 글로벌 브랜드·소매업자, 글로벌 노조와 방글라데시 노조 지부의 협의체로 2020년 출범해 안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yct9423@yna.co.kr(끝)
당시 9층짜리 공장이 붕괴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과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은 사고 10주년인 24일(현지시간) 사고 이후 생존자 근황과 현지 의류제조업계 변화상 등을 짚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액션에이드 NGO'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라나 플라자 사고 생존자의 63% 이상이 다시는 의류공장에서 일하지 않았다.
당시 생존자로서 현재 다카의 한 사립병원 청소부로 일한다는 여성 노동자 악테르(34)는 "어떤 (의류) 공장에든 돌아갈 수 없다.
라나 플라자의 (사고) 기억이 아직도 악몽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하지만, 막대한 희생에도 라나 플라자의 공장주들과 건물주들은 방글라데시의 느려터진 사법시스템 덕에 지금까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들은 권력이 있고 부유해 앞으로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또 사고 생존자들이 충분히 보상도 받지 못해 어떤 생존자들은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 생존자가 AFP통신에 말했다.
이처럼 라나 플라자 참사는 생존자들에게는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국내총생산(GDP) 4천600억 달러(약 612조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경제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는 기성복 업계에는 사고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BGMEA)에 따르면 국내 기성복 공장 3천200곳 가운데 80% 이상이 이제는 안전과 보안 측면에서 국제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성복 제조업자와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들, 노조 등이 합심해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개선한 결과라고 알자지라는 평가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전 세계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 인증을 받은 상위 100개 건물 가운데 절반이 있다고 인도 영자지 비즈니스 스탠더드가 지난 2월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가 평가, 인증하는 LEED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서 LEED 인증을 받은 의류공장은 라나 플라자 참사 이전에는 2곳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87곳으로 늘어났다.
500여곳의 의류공장은 현재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라나 플라자 사고 이후 방글라데시는 노동자 권리 보호와 작업장 안전 보장을 위해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노동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루바나 하크 전 BGMEA 회장은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라는 국가적 비극이 우리에게 교훈을 남겼고 그 결과 우리는 전체 기성복 업계의 잘못된 부분을 모두 고치려고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한 의류공장에서 2013년 5월 8일(현지시간) 또다시 불이 나 최소 7명이 사망했다.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사고 이후 현지 의류업계도 크게 성장했다.
국제금융공사(IFC)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수출 실적은 2015년 190억 달러(약 25조4천억원)에서 2022년 340억 달러(약 45조4천억원)로 성장해 방글라데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이 됐다.
의류 수출 실적은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노동법 개정 등에도 미흡한 점도 여전히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라나 플라자 사고 이후에도 방글라데시에서 최소 35건의 의류공장 사고가 일어났다.
2016년 일어난 의류공장 보일러 폭발 사고로 24명이 숨졌고, 다음 해 발생한 같은 유형의 사고로 13명이 사망했다.
의류공장 안전점검 항목에 화재나 전기, 건물 구조는 들어있었으나, 잇단 보일러 폭발 사고 이후 보일러는 항목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항목에 포함했다.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노조인 '전국의류노동자연맹'(NGWF)의 아미룰 아크 아민 회장은 방글라데시에는 5천개 이상의 가동 중인 보일러가 있음에도 정부가 임명한 점검요원은 6명에 불과한 게 문제라며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아민 회장은 의류공장 안전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 '기성복 지속가능성 협의회'(RSC)의 노조 측 대표이기도 하다.
RSC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기성복 제조업자, 글로벌 브랜드·소매업자, 글로벌 노조와 방글라데시 노조 지부의 협의체로 2020년 출범해 안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yct9423@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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