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주주 '복사붙여넣기'

입력 : 2023.05.11 16:00:17
제목 : 인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주주 '복사붙여넣기'
황인혁 회장이 3개 회사 직접 지배…바이크뱅크가 우선주 관련 부채 승계

[톱데일리] 인성그룹이 지난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했다. 인성데이타가 자회사 로지올과 바이크뱅크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던 구조에서 세 회사가 지분관계가 없는 별도 회사로 각각 분리됐다. 인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이유에 대해 모회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회사 간 관계는 수평적으로 변했지만, 황인혁 인성그룹 회장의 지배력은 더 공고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황 회장이 이들 회사의 지분 과반 이상을 직접 보유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인성데이타 투자자들도 로지올과 바이크뱅크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더 다양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인성데이터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은 지난해 4월 모회사 인성데이타의 100% 자회사이자 배달대행프로그램업체 생각대로 운영사 로지올의 흡수합병이다. 인성데이타는 같은 해 8월 사명을 인성데이타서비스로 변경하고, 퀵서비스 및 지역 주문앱 사업 부문을 신설회사 인성데이타로 떼 내는 인적분할을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인성데이타서비스는 생각대로 사업 부문을 신설회사 로지올로 인적분할했다. 인성그룹의 모체였던 퀵서비스와 성장동력이었던 생각대로가 떨어져 나가면서 인성데이타서비스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바이크뱅크의 인성데이타서비스 합병이었다. 자회사 바이크뱅크가 모회사 인성데이타서비스를 흡수합병하는 역합병 방식을 택했다. 합병비율은 바이크뱅크 421 대 인성데이타서비스 1이다. 합병 당시 바이크뱅크와 인성데이타서비스의 발생주식수는 각각 442만여주, 1만500주로, 바이크뱅크와 인성데이타서비스의 기업가치를 동일하게 책정했다.

지난해 초 바이크뱅크의 자본총계는 348억원이었지만, 연말에는 114억원으로 1년 사이 234억원(67%) 가량 하락했다. 인성데이터서비스와 합병하면서 약 310억원 규모의 우선주 관련 부채를 떠맡은 영향이다. 바이크뱅크와 인성데이터서비스의 합병은 동일 지배하에 있는 사업결합에 해당해 피합병회사의 연결재무제표상 자산과 부채를 합병회사가 장부가액으로 승계하게 된다.

인적분할과 합병을 반복하면서 기존 회사의 주주들은 로지올, 바이크뱅크 주식을 인성데이타 지분율에 따라 배정 받았다. 황 회장이 인성데이타 지분 68.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뒤를 이어 신한카드 산하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가 10.5%, 네이버가 9.3%의 지분을 각각 확보했다. LB인베스트먼트 산하 사모펀드(PEF)인 '엘비제3호2019 사모투자 합자회사'와 '수 딜리버리플랫폼 그로스 투자조합'도 주요 주주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성그룹과 투자자들이 우선주 관련 부채 및 의무를 넘겨 받을 법인으로 로지올이 아니라 바이크뱅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바이크뱅크의 성장가능성을 로지올보다 높게 판단한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 바이크뱅크의 실적은 로지올을 앞지르고 있다. 바이크뱅크는 지난 2019년 7월 인성데이타의 오토바이 렌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바이크뱅크는 설립 3년차인 2021년 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바이크뱅크 실적은 매출 약 800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로지올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1년 로지올은 매출 451억원, 영업손실 13억원 등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신설회사 로지올 역시 수익성 제고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실적을 집계한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로지올은 158억원의 매출과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영업외비용에서 20억원 규모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배달업계 일각에선 실적을 따져볼 때 바이크뱅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로지올 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실적에 배달업체 성수기로 분류되는 상반기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로지올의 사업경쟁력은 올해 연간 실적이 나와봐야 더 명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투자계약 내용도 일부 변경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020년 네이버는 인성데이터 투자 당시 지점 또는 배달원(액티브 라이더)이 일정 기준 이상 이탈할 경우 전환우선주(CPS) 전환가액이 하락하는 리픽싱 조항을 투자계약에 삽입했다. 배달프로그램회사의 주된 수입원은 배달수행건수에 따라 배달지사 또는 배달지점에서 수령하는 수수료다. 이런 이유로 배달업계에선 얼마만큼 많은 배달지점과 라이더를 확보했는 지를 배달프로그램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본다.

신설회사 로지올과 네이버의 투자계약은 리픽싱이 월간 평균 활성 가맹점 수를 기준으로 발동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월간 평균 가맹점 수가 기준 시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경우 전환가액이 최조 전환가액의 70%까지 조정되도록 했다. 라이더 보다 배달을 담당하는 음식점 수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네이버가 더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계약 조건 변경은 네이버가 준비 중인 'N배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N배달은 이용자와 음식점을 잇는 플랫폼 중계 사업으로, 음식점 관련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 N배달이 시장에 원활히 안착하기 위해선 생각대로가 일정 수준 이상의 가맹점 수를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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