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대중 디리스킹...미국 비중 늘리고 중국 줄인다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입력 : 2023.06.02 11:05:22 I 수정 : 2023.06.02 12:39:45
시총 톱10 기업의 미중 매출 비중 비교(올해 1분기 기준)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기업의 국가별 매출 비중에 따라 향후 주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크면 리스크가 커지고, 미국 비중이 크면 성장성이 크다고 시장이 보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중국 비중이 큰 반도체와 화학에 빨간불이 켜진 반면, 2차전지와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중국 비중이 작은 편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시가총액 톱10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와 LG화학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30% 안팎 높게 나타났다. LG화학은 톱10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비중(27.1%)이 미국 비중(17.8%)보다 높았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비중이 30.4%로 높게 나왔으나 미국 비중(45%)보다는 낮았다. 삼성전자의 중국 비중은 18.8%로 미국 비중(31.8%)보다는 낮았으나 톱10 기업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 기업들의 대중(對中) 전략 노선도 ‘디리스킹’(위험억제)으로 무게추가 옮겨진 모습이다. 중국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를 활발히 하며 미국 매출 비중은 늘리는 반면, 중국은 줄이는 것이다.

LG화학은 작년 1분기만 하더라도 중국 매출 비중이 31.1%에 달했으나 점차 줄이고 있다. 작년 1분기 매출 11조6000억원에서 중국 매출이 3조6000억원(비중 31.1%)였고, 미국은 1조1000억원(9.2%)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 1분기 매출 14조5000억원에서 중국 매출은 3조9000억원으로 유지한 반면, 미국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자급률 확대에도 여전히 국내 화학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는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 대형 화학 업체(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를 통해 탈중국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국내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 중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중국 의존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무역 적자를 낸 지도 오래다. 전구체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도체도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손꼽힌다. G2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반도체는 오히려 G2갈등에 따른 득실이 불투명한 상태다. 일례로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하자 국내 반도체 기업에 단기적 수혜가 기대됐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화되기 전에 중국 기업들은 5~6월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재고축적을 위한 단기 주문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가 제한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공백을 메우지 않도록 요청한 부분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2차전지와 자동차는 미국 비중이 높은 편이다. 2차전지는 중국의 자급률이 높은 데다 국내 기업이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 지원책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역별 매출 비중을 비공개하고 있고, 삼성 SDI는 1분기 북미 매출 비중이 25.3%이고 중국은 8.6%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 비중이 30% 이상으로 높다. 현대차의 1분기 북미 매출 비중이 39.3%이고 기아의 미국 판매법인 기아 아메리카(KUS) 비중이 34.4%에 달한다. 두 기업은 중국 매출 비중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데 10%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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