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2차전지가 전체적으로 무너진다” “거래정지를 조심해야 한다”

2차전지 테마를 타고 몇 배씩 올랐던 종목이 경영진의 일탈, 내부자 거래 등의 악재를 맞고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에코프로 등에 이어 이번엔 백광산업에서 대주주의 수백억대 횡령 혐의가 불거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또차전지가 또 사고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백광산업은 전일 대비 80원(0.98%) 오른 8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가가 25.91% 급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을 기대했지만 푹 꺼진 주가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백광산업은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매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수산화나트륨이 2차전지 소재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올라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4월 초까지만해도 5000원 안팎이던 주가가 5월 말에는 7300원까지 올랐고 지난 13일 장중에는 1만4000원선을 돌파했다. 불과 두달 반 만에 주가가 3배 가량 뛴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날 하한가 부근까지 급락했다. 백광산업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건 대주주의 수백억대 횡령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김성훈 전 백광산업 대표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백광산업 본점과 지점, 임직원 주거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장부 조작 등을 통해 약 2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 회사 지분 22.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현직 경영진의 배임·횡령혐의가 확인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백광산업은 외견상 멀쩡한 회사였다. 지난 4월 말에는 한 증권사에서 ‘새만금 양극재 전구체 투자 최대 수혜주’라는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이 증권사는 “새만금 산단을 중심으로 2차전지 전구체 증설이 폭증할 전망”이라며 “ 백광산업은 국내 수산화나트륨 업체 중 새만금 산단 내 최대 생산가능량(CAPA)를 보유한 업체로 구조적 수혜가 전망된다”고 치켜세웠다.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수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종 주식 게시판에서는 주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백광산업 종목 게시판에서는 ‘최고점에서 악재는 무한반복된다’, ‘횡령이 문제가 아니라 재무제표는 믿을 수 있는건가’, ‘정지되면 3개월은 기본이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잘 나가던 주가가 돌발 악재로 급락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그룹주 역시 오너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자 지난달 크게 휘청였다. 최근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 11억원을 얻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에코프로그룹주들은 지난달 일제히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 1월 말 12만원선 안팎이던 주가가 두달 반 만에 82만원까지 단기 폭등했던 곳이다. 주가 상승이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터지고 한달여 만에 39.14%나 빠지면서 주가가 50만원선 아래로 밀렸다.

지난 4월 중순 31만5500원으로 최고가를 세웠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한달여 만에 32.64% 떨어졌다. 지난 3월 24일 9만원을 넘어섰던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는 약 두달만에 34.72% 하락했다.

9개월 새 주가가 15배 이상 올라 화제를 모았던 금양도 지난달 ‘배터리아저씨’ 박순혁 홍보이사와 관련한 잡음으로 홍역을 치뤘다. 박 이사가 방송에 나와 자사주 매각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금양 주가는 지난 4월 14일 9만2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말 4만6000원선까지 한달 반만에 반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