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S&P500 오를때 버라이즌·AT&T 하락 신규고객 유치 출혈경쟁 분기 매출·영업익 제자리 잉여현금흐름 지속 감소 연간 배당 삭감 가능성도
미국의 2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AT&T 주가가 시장과 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시장은 신규 가입자 수 증가 폭 둔화, 비용 부담 증가를 성장동력 상실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신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인데 실적 정체로 배당의 원천인 잉여현금흐름도 감소세다. 증권업계에선 주가 하락에 따른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만큼 통신주 투자는 조정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버라이즌, AT&T 주가는 각각 10.94%, 15.4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4.34%, 31.19% 상승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통신주가 시장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 셈이다.
월가에선 통신주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모펫네이던슨은 "시장은 무선 산업 전망에 대해 계속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특히 AT&T 주가 급락은 적절하고, 냉철한 시장의 견해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HSBC 글로벌리서치는 AT&T 목표주가를 기존 21달러에서 19달러로 하향했다. 버라이즌 목표주가도 종전 42.5달러에서 39달러로 낮췄다.
AT&T, 버라이즌 주가 부진은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는 신규 가입자 수다. 올해 1분기 AT&T 후불폰 신규 가입자 수는 54만2000명으로 직전 분기(110만4000명)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전년 동기(96만5000명)와 비교해서도 크게 줄었다. 1분기 선불폰 신규 가입자 수도 4만명으로 전년 동기(11만6000명) 대비 감소했다.
버라이즌은 상황이 더 안 좋다. 가입자 수가 순증에서 순감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버라이즌의 후불폰과 선불폰 신규 가입자 수는 각각 12만7000명, 35만1000명 감소했다. 버라이즌의 후불폰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 2분기 순증으로 돌아섰지만 재차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사업성의 원천인 가입자 수가 줄다 보니 실적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AT&T 매출액은 30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인 302억달러를 밑돌았다. 버라이즌도 1분기 매출액 32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두 통신사 실적은 전혀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매 분기 비슷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실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사라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두 통신사의 비용 부담도 점차 늘고 있다.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다 보니 각종 단말기 지원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한 까닭이다. 지난해 AT&T 영업비용은 744억달러로 전년 동기(477억달러) 대비 56% 급증했다.
박현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절감 목표를 시행 중이지만 잔재하는 통신기기 재고, 제품 판매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면서 단기간에 차입금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장 후퇴가 통신주에 치명적이 이유는 배당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통신주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버라이즌은 7.1%, AT&T는 6.4% 수준이다. 다만 배당의 재원이 되는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140억달러로 전년 수치(192억달러)보다 27% 줄었다. AT&T 또한 같은 기간 264억달러에서 123억달러로 53% 감소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급락한 건 잉여현금흐름 부진에서 나온 배당 삭감 가능성 때문"이라며 "잉여현금흐름이 예상보다 적다는 건 주주환원 여력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빅테크인 아마존이 모바일 서비스를 검토한다는 소문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달 초 블룸버그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자사 프라임 고객들에게 버라이즌, AT&T 등과 모바일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아마존 측은 "현재로서는 무선통신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모바일 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면 기존 사업자들에 타격이 큰 것으로 인지하게 됐다. 이는 지속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기술·성장주 대비 성장 동력은 떨어지지만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진 만큼 현재가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두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장부상 가치(1배)에 가까운 만큼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매도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증권가에선 버라이즌 대비 가입자 수 방어가 잘되는 AT&T가 투자 매력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AT&T에 비해 버라이즌에서 가입자 수 감소가 컸던 만큼 수익성 개선 전략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AT&T의 본업인 무선통신 서비스, 광대역 서비스 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둔화했을지라도 지속 중"이라며 "버라이즌은 기업가치 매력이 높은 편이지만 이제는 가입자 수로 증명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