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에 '천마' 글자 뚜렷…북 발사체 잔해 보름만에 인양(종합3보)

평택 해군기지 이송 완료…한미 공동조사 예정군, 발사부터 추락까지 지켜보다 즉시 인양 착수…위성체는 아직 못 찾아
박수윤

입력 : 2023.06.16 17:14:37 I 수정 : 2023.06.16 18:25:32


언론에 공개된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2023.6.16 [사진공동취재단] jeong@yna.co.kr

(평택·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수윤 기자 =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에 인양됐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우리 군은 6월 15일 오후 8시 50분께 '북 주장 우주발사체'의 일부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그래픽]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 인양 과정(종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박영석 기자 =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에 인양됐다.합동참모본부는 16일 "우리 군은 6월 15일 오후 8시 50분께 '북 주장 우주발사체'의 일부를 인양했다"고 밝혔다.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이어 "인양된 물체는 추후 국방과학연구소 등 전문기관에서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며 "우리 군은 추가 잔해물 탐색을 위한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양한 잔해는 3단 로켓인 천리마 1형의 2단부로 추정되며 직경 2.5m, 길이 12m에 달한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다.

원통형 잔해 표면에는 '천마'라는 글자와 함께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크가 확인됐다.

잔해 내부에 연료나 산화제 등 연료는 들어있지 않았다.

인양 과정에서 소실됐는지 발사할 때부터 비어있던 공간인지는 조사 중이다.

추가 수색도 성과가 있었다.

합참은 지난 5일 서해상에서 추진체 잔해물 일부로 추정되는 직경 2∼3m 'O 모양' 고리를 추가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지금도 폐어망, 돌멩이, 금속물 등이 (주변 해역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발사체 잔해물인지 그냥 쓰레기인지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우주발사체' 2단부 어젯밤 서해서 인양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낙하한 지 15일 만에 인양됐다.사진은 합참이 공개한 발사체 잔해.2023.6.16 [합동참모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낙하 해상에서 천리마 1형의 잔해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발견하고 가라앉지 않도록 노란색 리프트 백(Lift Bag)을 묶어뒀다.

그러나 인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사체 잔해는 무거운 중량으로 인양 장구에서 이탈, 수심 75m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발견 당시엔 수면 위로 일부만 노출돼 수 미터 정도 길이로 보였지만, 확인 결과 발사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2m 길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군은 3천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과 광양함(ATS-Ⅱ), 3천200t급 잠수함구조함(ASR) 청해진함, 전투함 등 해군 함정 10여척과 항공기,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심해 잠수사 수십명을 투입해 인양 작전을 펼쳤다.

작전은 가시거리가 50cm에 불과한 탁한 시야와 깊은 수심, 빠른 조류라는 악조건 속에 진행됐다.

2단부는 인양 당일까지도 무거운 무게 탓에 서해 해저의 찰진 뻘밭에 30% 가량이 박힌 상태였다.

군은 먼저 2단부의 양 끝에 'ㄷ'자 모양의 강철 고리를 연결해 인양을 시도했으나, 접합 부위가 끊어지려고 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끊어지려는 부분에 'ㄷ'자 모양의 고리를 다시 설치하고, 심해 잠수 작업을 통해 파악한 새 관통구에 와이어를 설치한 뒤 잔해를 해저에서 들어 올렸다.

북한 '우주발사체' 2단부 어젯밤 서해서 인양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낙하한 지 15일 만에 인양됐다.사진은 합참이 공개한 발사체 잔해.2023.6.16 [합동참모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군은 잔해를 수면 아래 10m까지 들어 올려 추가로 보강 와이어를 설치한 뒤 구조함의 크레인을 이용해 잔해를 구조함의 갑판에 싣는 데 성공했다.

수 차례 인양 시도 과정에서 발사체 상단에 생긴 틈이 벌어지면서, 현재 2단부는 상단 2.5미터 정도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 두 조각으로 분리된 상태로 확보됐다.

잠수사가 75m 수심을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가운데 혈중에 질소가 쌓이지 않게 감압하며 물 위로 올라오는 데만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릴 만큼 힘든 작업을 거듭한 끝에 얻어낸 성과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 선박이 인근에 출몰하기도 했다.

잔해가 추락한 해역은 한반도와 중국 산둥반도 사이 공해인 한중 잠정조치수역으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상 공해상에 떨어진 잔해는 먼저 인양하는 쪽이 소유권을 갖는다.

군 관계자는 인양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우리 군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천리마 1형에 탑재했다고 주장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비롯해 1·3단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군은 남은 잔해 수색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발사체는 서해상에 추락하기 전 공중에서부터 이미 폭발해 산산조각이 난 채로 바다에 흩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정종구 해군 작전사령부 화력참모처장(대령)은 평택 광양함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를 추적할 때 180여개 다수 잔해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레이더상으로 볼 때 온전하게 한 덩어리로 날아가던 발사체는 갑자기 180개 목표물로 나뉘어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올릴 때부터 잔해가 서해상에 떨어질 때까지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발사체 천리마 1형을 쏘아 올렸지만, 이 발사체는 1단 분리 후 2단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

북한, '실패한' 위성 발사 장면 공개
북한이 2023년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국내에서만 사용가능.재배포 금지.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No Redistribution]

군은 잔해를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이송했으며, 천리마 1형의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미는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천리마 1형의 잔해를 공동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 2012년 12월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장거리로켓 은하 3호 잔해 조사 때도 한미 공동조사단이 구성된 바 있다.

당시 조사에는 한국 측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전략무기 전문가,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했으며, 미국 측에서는 옛 소련과 이란 등이 개발한 미사일을 분석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북한 '우주발사체' 2단부 어젯밤 서해서 인양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낙하한 지 15일 만에 인양됐다.사진은 합참이 공개한 발사체 잔해.2023.6.16 [합동참모본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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