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주범 철강업, 탄소세 시동에 '비상'

입력 : 2023.09.11 15:28:32
제목 : 온실가스 주범 철강업, 탄소세 시동에 '비상'
포스코·현대제철·동국 연간 탄소 1억톤 배출…세금 폭탄 리스크 우려

[톱데일리]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동국홀딩스 등 철강기업들이 유럽의 '탄소 배출량 의무화' 도입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철강산업은 생산 공정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 해 향후 '탄소세'가 본격 도입될 경우 '세금 폭탄' 리스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탄소세 도입 초읽기…최다 탄소 배출지 철강업 '술렁'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부터 탄소 집약적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도 록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할 예정이다. CBAM은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사실상 탄소국경세 부과를 위한 예비 단계의 일환이다. 다음 달 CBAM 적용 이후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더라도 당장 별도의 관세가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규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벌금이 부과된다. EU는 CBAM의 시범 운영 단계를 거친 후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CBAM 도입으로 국내 가장 긴장하고 있는 산업은 철강 부문이다. 철강 산업은 국내 기준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그간 '온실가스 주범'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용광로(고로)를 활용한 쇳물 생산 기술의 경우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구조다.

특히 포스코로 대표되는 국내 철강업은 유럽 지역 수출량이 많아 탄소세가 본격 도입될 경우 비용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는 한국이 5번째로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로 2021년 43억 달러(약 5조7000억원), 2022년 48억 달러(약 6조4000억원) 등 수출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 국내 1위 탄소 배출 기업 포스코 '직격탄'

국내 철강 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의 부담이 클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7019만tCO2e(이산화탄소환산톤, 이하 톤)을 배출해 국내 기업들 가운데서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이종 산업 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삼성전자(1929만톤)보다도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7849만톤)보다 10% 상당 줄었지만 이는 태풍 침수 발생으로 제철소 운영 가동을 중단한 영향의 결과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 등 공장이 전면 가동 중단 사태를 빚으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7.5% 하락한 4조85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태풍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 온실가스 감축 결과였지, 근본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 포스코홀딩스가 발표한 기업시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냉천 범람으로 국내 조강 생산량은 전년(3826만톤) 대비 10.6% 감소한 3422만톤에 그쳤다. 온실가스 배출 하락폭과 일치한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코일 철근 생산을 시작했는데, 코일 철근은 용광로를 이용해 생산한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다. 전기로로 코일을 생산하는 동국홀딩스 대비 탄소 배출량이 4배 많다는 분석이다. 포항제철소는 지난달 선재 생산설비 1곳에서 연 70만톤 규모의 코일 철근 생산을 시작했다.

포스코홀딩스 뒤를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현대제철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950만톤을 배출했는데 전년(2849만톤) 대비 1만1436톤 늘었다. 현대제철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3069만톤에서 지속 감소 추세였지만 지난해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최근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새 출발에 나선 동국홀딩스는 지난해 188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포스코홀딩스나 현대제철보다는 배출량 자체가 15~37배 가량 적지만 동국홀딩스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로 국내 30위권 순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다.

현대제철은 단순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 자체로 포스코홀딩스의 절반도 안 되지만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국내 철강 3사 중 매출액 대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은 현대제철로 1억원 당 약 108톤이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약 93톤, 동국홀딩스는 22톤 수준이다.





◆ 탄소세 최소 연 3000억…친환경 속도전 필수

향후 철강업이 지불해야 할 탄소세 비용만 최소 연 3000억원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국내 철강 업 계에서 발생하는 수출 인증서 비용을 연간 2583억원으로 추산했다. 해당 추산치는 2018~2020년 평균 수출액을 적용한 것으로 수출 증가로 인한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국내 철강 기업들의 탄소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EU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관련 직접 배출량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과 전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에도 간접세를 부과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계가 전기로를 활용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며 중장기적으로 무탄소 제철공법 도입 등 탄소국경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획기적인 탄소 감축 공정이 도입되지 않는 한 막대한 탄소세 지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법인 '하이렉스' 기술을 활용해 2033년까지 350만톤 규모의 철강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30년까지 현대제철은 연간 500만톤의 저탄소 제품 공급, 동국홀딩스는 탄소 배출량 10% 감축 목표를 두고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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