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쓰나미’ 곧 덮친다는데…금투업계 폭탄됐다는 이 상품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3.09.20 15:44:20 I 수정 : 2023.09.20 20:02:11
해외부동산펀드 내년 11.6조 만기 도래
한투리얼에셋 伊부동산펀드 환매연기 추진
미국 오피스 공실 18.2% 30년래 최고수준
환매연기 불보듯…후순위투자땐 대규모 손실


[사진 출처 = 매경DB]
‘임대율 100%, 잔여 임대차기간 5년’으로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이탈리아 밀라노 부동산 펀드가 내년 2월 만기를 앞두고 환매 연기를 추진하고 있다.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제 값을 지불하려는 매수 주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말연초 해외 부동산 펀드발 쓰나미가 닥치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31조원이던 공·사모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이달 18일 현재 78조원으로 2.5배 증가했다. 펀드 신규 설정은 코로나19 직정인 2019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19년 한 해 동안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14조8000억원 순증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등 핵심지역 오피스 빌딩 투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 보험사는 물론이고 연기금, 공제회 등도 앞다투어 투자 규모를 늘렸다.

문제는 2019년 대규모로 설정된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가 내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말 기준 미국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이 30년만에 최고치인 18.2%를 기록한 상황에서 펀드 환매 연기,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로 설정된 펀드는 그나마 만기 연장이 쉬운 편”이라며 “공모 해외 부동산 펀드로 여러 곳에서 판매된 경우 수익자 총회를 열어 환매 연기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기 연장이 안 되면 환매 중단 상황이 지속된다. 운용사는 헐 값을 받고서라도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하겠지만 문제는 사정을 잘 모르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다. 불완전 판매 이슈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사무실과 IT 기업 등이 몰려 있는 도심 지역은 공실률 증가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가 건물 가치 하락 직격탄을 맞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의 3년 수익률은 -44.68%에 달한다.

이 펀드의 투자원금(설정액)은 1875억원이지만 현재 순자산은 982억원 뿐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의 또 다른 해외 부동산 펀드인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파생형)’의 3년 수익률도 -19.54%다.

국내 기관, 개인이 중순위, 후순위로 들어간 펀드는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원금 대부분을 날릴 수도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 주도로 조성돼 우리은행 등에서 판매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펀드(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는 2800억원 원금 중 90%를 날렸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문제는 중순위, 후순위 투자”라며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헐 값에 매각할 경우 중·후순위 투자자는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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