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ETF시장 한국의 6배 엔화 강세되면 환차익 기대 이달 순매수액 1년새 2배로 미래에셋·한화 상품 출시
일본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늘면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채권형은 물론이고 테마형 같은 다양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향후 엔화가치 상승을 염두에 둔 투자금이 밀려들면서 국내 운용사도 일본 테마형 상품을 내놓으며 투자 수요 잡기에 나섰다.
20일 일본거래소그룹(JPX) 등에 따르면 일본 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245종, 순자산총액은 약 650조원에 이른다. 국내 ETF 순자산 규모(약 109조원)의 6배에 이른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일본 증시에서 국내 개인·기관투자자가 사들인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총액은 7239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상위 50개 종목 순매수액이 3662만달러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일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종목 10종 가운데 6종은 ETF였을 정도로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20년 만기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가 3540만달러로 순매수 금액 규모가 가장 컸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7엔대에서 거래되며 엔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엔화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에 베팅 금액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엔화가치와 미국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두 가지 자산가치 상승에 투자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학개미가 각종 테마형 ETF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예컨대 글로벌엑스재팬 글로벌 리더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ETF를 이달에만 75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순매수액 기준 상장 종목 중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해당 ETF에 국내 투자자는 시가총액 1조엔 이상인 대형주 가운데 ESG 관련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다. 소니,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ESG 우량 기업에 투자해 이달 4.9%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핵심 테마는 단연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국가적 육성 정책을 등에 업고 올해 들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물론이고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민관 합작으로 설립한 라피더스(RAPIDUS)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를 목표로 홋카이도 지토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ETF 자회사 글로벌엑스는 2021년 9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일본 반도체산업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엑스 재팬 세미컨덕터 ETF를 선제적으로 상장한 바 있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윤주영 글로벌엑스 재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엑스 재팬이 상장한 일본 테마형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상품으로 8월 말 기준 순자산 규모는 약 2400억원까지 커졌다"며 "지난해 말 순자산(320억원) 대비 약 7배 넘게 커지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 CIO는 "일본 제조장비 업체와 소재 업체 등 반도체 업체는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강화해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이 다음달 도쿄거래소에 시가총액 4000억엔 이상으로 상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일본 반도체 시장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속속 관련 테마형 ETF가 상장되고 있다. 지난달 한화자산운용이 처음으로 일본 테마형인 아리랑(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 ETF를 출시한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를 지난 19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