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전문 처칠·아크몬트 은행대출 축소에 각광받아 꾸준한 수익 내는 자산 부각 국민연금·美캘퍼스도 투자 4년뒤 3000조 시장 급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 시장은 기관 자금이 90% 이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차별화된 수익을 노리는 개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될 것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켄 켄슬 미국 처칠자산운용 대표(최고경영자·CEO)와 앤서니 포벨 아크몬트자산운용 대표가 매일경제와 만나 사모대출 시장이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처칠자산운용과 아크몬트자산운용은 미국과 유럽의 대표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다. 처칠자산운용은 자산규모 1조2000억달러(약 1600조원)에 이르는 미국 교원퇴직연금기금(TIAA) 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누빈자산운용의 계열사다.
지난해 TIAA 산하 누빈자산운용은 영국에 본사를 둔 유럽의 대표 사모대출 운용사인 아크몬트자산운용을 인수했다. 처칠자산운용과 아크몬트자산운용은 총 720억달러(약 97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포벨 대표는 "유럽과 미국 은행대출이 축소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모대출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붕괴 사태로 미국과 유럽 감독당국은 은행 자본 규제를 강화하며 내부 통제 고삐를 조이고 있다. 포벨 대표는 "기업 인수나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 믿을 만한 곳에서 유연한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사모대출의 장점"이라며 "유럽과 미국 모두 은행대출이 축소되면서 사모대출이 기업 인수를 위한 주요 자금 조달처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도 사모대출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어 고수익을 내면서 안정적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켄슬 대표는 "사모대출 시장금리가 최근 12% 수준까지 상승했음에도 자금을 빌리려는 기업의 대출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사모대출 운용사도 수요가 커지다보니 대출 약관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장치를 까다롭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꾸준한 인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으로 부각되면서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모대출 시장에 최근에는 고액 자산가 같은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1조7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사모대출 시장이 2027년까지 2조3000억달러(약 3085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연기금도 사모대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사모대출에 4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고,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역시 올해 6월 기준 사모대출 투자금이 103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른다. 포벨 대표는 "한국은 기관투자자 20여 곳이 10억달러 수준의 자본금을 약정하는 등 사모대출의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관심사인 미국 금리 전망에 대해 켄슬 대표는 "금리 인상은 거의 끝났고 올해 4분기가 되면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다만 시장 전망과 달리 길게는 2년에 걸쳐 서서히 내려간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