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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매각 더해지면서 드릴십 관련 손실 최소화…자산건전성 제고 기대 2000억대 우발채무 사라질 가능성 높아

[톱데일리]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미인도 선박 관련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이른바 '드릴십 리스크'를 덜었다. 여기에 적체돼 있던 원유시추선(드릴십)의 재매각까지 이어지며 평가손실 축소, 미청구공사 해소 등 자산 손실 방어에 따른 건전성 제고가 기대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웨스트 아퀼라(West Aquila), 웨스트 리브라(West Libra)와 벌이고 있는 런던해사중재(LMAA)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웨 스트 아퀼라와 웨스트 리브라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노던드릴링은 재판 결과에 대한 항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판결은 2022년 노던드릴링이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드릴십 계약시 지불한 선금 반환과 손해액을 청구하는 소송(Counterclaim)을 중재법원에 제기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화오션의 과거 공시에 따르면 소송가액은 웨스트 아퀼라가 1155억원, 웨스트 리브라가 1158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드릴십은 한화오션의 '앓던 이'였다. 막대한 원가와 비용을 들여 선박을 건조했는데 발주자에게 인도하지 못해 대규모 손실 리스크가 발생한 탓이다.

한화오션은 2013년 시드릴로부터 총 11억달러(1조5000억원)에 드릴십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악화된 시드릴이 기업회생절차를 겪었고 한화오션은 해당 드릴십의 재매각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2018년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노던드릴링에 한 척당 2억9600만달러(4000억원)에 재매각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나 노던드릴링에도 최종 인도는 실패했다. 2021년 노던드릴링이 한화오션의 계약 내용 불이행, 납품 지연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노던드릴링이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없고 선수금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재법원은 이번에 한화오션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주의 계약해지 권리와 선수금 반환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승소로 가장 먼저 예상되는 효과는 한화오션의 수천억원대의 '우발채무 해소'다. 소송가액만 2300억원에 달하는 법적 다툼에서 승소한 만큼 소송 관련 우발부채의 현실화 가능성은 사실상 크게 낮아졌다.

드릴십 재매각이 이어지면서 '자산 건전성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그동안 미인도 드릴십은 한화오션 재고자산으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주인을 찾지 못한 탓에 드릴십의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연이어 확대됐다. 한화오션은 계약취소 드릴십과 관련해 2021년 1172억원, 2022년 2493억원을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했다. 한화오션 감사인은 지난해까지 미인도 선박 관련 평가손실을 핵심 감사사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해양 작업장에 계류 중인 드릴십은 총 네 척으로, 이 가운데 세 척은 판매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드릴십 세 척은 마무리 작업을 거친 후 올해 안으로 선주에게 인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적체된 미인도 선박의 재매각 건수가 증가하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 축소로 인한 자본 증가가 기대된다. 평가손실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혀 자본계정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축소에 따른 자본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대신 재고자산의 재매각을 통해 손실규모를 줄인다면 자본 환입에 따른 자본총계의 확대가 가능하다.

미청구공사 축소에 따른 손실 방어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미청구공사란 조선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공사계약건을 뜻한다. 발주처가 시공업체의 공정률이나 사업비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채권으로 통상 자산 계정으로 분류되지만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으면 비용으로 털어내야 한다. 한화오션의 유럽 선주 드릴쉽 미청구공사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3337억원이다. 이들은 현재 한화오션의 계약자산 계정으로 분류돼 있으며 미인도 선박의 연이은 매각으로 일부 축소가 예상된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