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한풀 꺾였다는 점을 인정하자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1월 ‘토끼 랠리’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가운데 2월까지 이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쓸어담은 외인에 코스피 8%↑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31일 코스피는 2425.08에 마감했다. 1월 한 달 사이에만 8.44%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상저하고’ 흐름을 빗겨갔다.

연초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다. 이 기간 개인들은 5조7517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서 6조5494억원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인은 1월 한 달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거 사들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조2221억원 어치를 쓸어 담았다. 이어 SK하이닉스도 632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끌어 올린 것이다.

2월에도 국내 증시가 이 같은 ‘토끼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주가 회복 연장” VS “변동성 커질 것”

먼저 증권가에서는 1월 증시가 반등할 수 있던 이유를 이미 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국내 증시를 끌어 올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월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출발을 보이긴 했지만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완화 및 금리인상 중단시점 근접,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 영향으로 단기 랠리를 시현했다”며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우려가 됐지만 감염 정점 통과 후 경제활동 복귀의 기대감이 더욱 큰 상황이다. 외국인의 귀환도 코스피 회복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2월 주식시장은 밸류에이션 저항보다 연초 랠리의 기세에 편승하는 분위기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전환, 인플레이션 위험 완화, 중국 리오프닝 등의 선순환은 주가 회복을 연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증시 반등을 주도해 왔던 기대심리를 검증하는 시간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기간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와 한국 수출, 반도체 실적 컨퍼런스 등에서 자칫 실망감이 유입될 경우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코스피 레벨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첫 번째는 밸류에이션 레벨업 즉, 추가적인 금리 레벨다운이고 두 번째는 실적전망 상향조정”이라며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는 정점을 통과했고, 작년 4분기 실적시즌 동안 올해 1분기, 연간 이익전망치의 하향조정 역시 불가피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경기 악화 가능성 확대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기업 실적 부진, 경기 악화 가능성도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달러, 채권금리 반등이 전개되며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매수주체가 부재한 코스피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