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쓸 데 없네요”...772조 현금부자의 한숨, 사고싶어도 못산다는데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입력 : 2024.04.08 11:28:35 I 수정 : 2024.04.08 20:10:05
빅테크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Big Cash)’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상위 5개 기업이 5700억달러(약 77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메타 5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단기 장기 투자금액은 57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S&P 500 지수에서 이 다섯 곳 다음으로 현금이 많은 다섯 개 기업의 것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거액의 고정비용이 사실상 없는 이 기업들은 지난해 각각 1000억달러(135조)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했다. 미국 최대 제조기업인 엑손 모빌의 현금흐름이 550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운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주주 환원을 하지 않고 대부분 재투자했던 아마존도 최근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현금이 계속 쌓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320억 달러의 잉여 현금 흐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현금흐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같은 현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전세계 주요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인수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어도비는 스타트업 피그마를 20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규제에 막혀 실패했다. 아마존도 아이로봇을 17억달러에 인수하려고했지만 역시 EU의 반대로 무산됐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전세계 정부에 대한 로비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성사되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신용 분석가인 로버트 쉬프먼은 빅테크들이 M&A가 점점 더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아마존은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 뿐만 아니라 배당을 포함한 보다 공격적인 자본 환원 정책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은 최근 마케팅 및 광고 소프트웨어업체 허브스팟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이 회사는 구글이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중인 광고 분야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은 허브스팟 인수 보도가 나온 후 투자자들에 보낸 메모에서 “이 거래가 최선의 자본사용인지 의문”이라면서 “반독점 반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도 시장에 긍정적이지 않다. 고객의 돈으로 자본시장의 투자자만 살찌운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작년에 615억 달러(83조원), 그 전해에는 590억 달러(약 80조원)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지난 달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법무부는 애플이 작년에 R&D에 지출한 약 30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77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독점적인 지배력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이를 주가 부양에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M&A도 어렵고 자사주 매입도 어려워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배당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빅테크는 성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넘치는 현금을 소진할 방법으로 배당을 택한 것이다.

메타는 지난 2월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배당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당 0.5달러의 배당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당 0.75달러의 배당을 하고 있고 지난해 금액을 올렸다. 애플도 연간 150억달러를 배당금에 쓰고 있다. 지난해 배당 규모를 소폭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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