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통상협력으로 무역영토 확장…3년내 日 수출 추월"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입력 : 2023.02.21 17:36:43 I 수정 : 2023.02.21 23:12:30
입력 : 2023.02.21 17:36:43 I 수정 : 2023.02.21 23:12:30
무역정책 이끄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 매경이 만난 사람 ◆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공급망 재편 속에 국제 무역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이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을 떠나는 '탈(脫)중국' 현상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만들던 애플은 최근 인도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높였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베트남이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국에 오른 배경이다. 이러한 변화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5)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매일같이 '수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안 본부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났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미·중·유럽연합(EU) 모두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산업·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길 때 다른 쪽에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공급망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정부가 외부에 보내는 시그널과 그 방향성은 명확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기술 통제 수준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뿐 아니라 EU와 일본 혁신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세계 공급망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관건은 한국 기업들의 '체력'이다. 반도체 수출 통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1년간 포괄 허가를 받아냈는데, 그 이후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협의해 미국에 요청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연속 이어졌고 연초에도 수출 부진이 심각한데.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현장 산업부'로서 수출 현장을 찾아 한국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 다만 작년 연간 무역적자가 475억달러로 역대 최대지만 전체 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친다. 또 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683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전 세계 6위 기록이다. 앞으로는 주력 제조업 외에 원전·방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부터 바이오·농수산식품 등 유망 품목까지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특히 2026년까지 현재 5위인 일본을 추월할 수 있도록 수출을 총력 지원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활용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과 통상 연대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수출 환경에 대한 전망과 전략은.
▷세계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은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농산물이다. 'K푸드'로 불리는 식품 분야 고부가가치 상품은 잠재력이 높다. 단순히 국산 농산물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좋은 원재료를 수입한 뒤 잘 가공해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위스의 초콜릿 산업과 유사하다. 한류와 맞물린 'K컬처' 산업도 수출 활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무역금융을 올해는 360조원까지 확대하는 한편 특히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상반기에 전시회와 상담회 등 수출 지원 예산을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따른 수출 손익을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측도 한국과 함께하는 전략적 동맹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북미 최종 조립' 요건으로 국내 기업이 차별받는 향후 2년간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놨다. IRA가 처음 언급될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나아진 상태다. 리스 등 상용차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리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손실을 최대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광물 요건과 관련해서는 국내 공급망에서 중요한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외에 태양광 등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IRA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맞춤형 통상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동은 기존 통상전략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5년간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하려고 논의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기존 FTA에 더해 국가별 맞춤형 통상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 통상협력 플랫폼인 TIPF를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이 펼치는 정상외교를 통해 UAE를 시작으로 올해 20개국과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TIPF를 발판 삼아 EPA 관계로 발전시켜 갈 것이다.
▷안덕근 본부장은…
△1968년 출생 △덕원고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J.D. △미국 뉴욕주 변호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 패널리스트 △무역구제학회·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통상법·통상정책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위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2022년 5월~ )
[송광섭 기자]
◆ 매경이 만난 사람 ◆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공급망 재편 속에 국제 무역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이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을 떠나는 '탈(脫)중국' 현상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만들던 애플은 최근 인도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높였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베트남이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국에 오른 배경이다. 이러한 변화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5)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매일같이 '수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안 본부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났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미·중·유럽연합(EU) 모두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산업·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길 때 다른 쪽에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공급망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정부가 외부에 보내는 시그널과 그 방향성은 명확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기술 통제 수준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뿐 아니라 EU와 일본 혁신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세계 공급망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관건은 한국 기업들의 '체력'이다. 반도체 수출 통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1년간 포괄 허가를 받아냈는데, 그 이후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협의해 미국에 요청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연속 이어졌고 연초에도 수출 부진이 심각한데.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현장 산업부'로서 수출 현장을 찾아 한국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 다만 작년 연간 무역적자가 475억달러로 역대 최대지만 전체 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친다. 또 지난해 한국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683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전 세계 6위 기록이다. 앞으로는 주력 제조업 외에 원전·방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부터 바이오·농수산식품 등 유망 품목까지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특히 2026년까지 현재 5위인 일본을 추월할 수 있도록 수출을 총력 지원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활용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과 통상 연대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수출 환경에 대한 전망과 전략은.
▷세계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은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농산물이다. 'K푸드'로 불리는 식품 분야 고부가가치 상품은 잠재력이 높다. 단순히 국산 농산물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좋은 원재료를 수입한 뒤 잘 가공해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위스의 초콜릿 산업과 유사하다. 한류와 맞물린 'K컬처' 산업도 수출 활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무역금융을 올해는 360조원까지 확대하는 한편 특히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상반기에 전시회와 상담회 등 수출 지원 예산을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따른 수출 손익을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측도 한국과 함께하는 전략적 동맹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북미 최종 조립' 요건으로 국내 기업이 차별받는 향후 2년간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놨다. IRA가 처음 언급될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나아진 상태다. 리스 등 상용차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리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손실을 최대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광물 요건과 관련해서는 국내 공급망에서 중요한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외에 태양광 등 다른 분야에서는 오히려 IRA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맞춤형 통상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동은 기존 통상전략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5년간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하려고 논의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기존 FTA에 더해 국가별 맞춤형 통상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 통상협력 플랫폼인 TIPF를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이 펼치는 정상외교를 통해 UAE를 시작으로 올해 20개국과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TIPF를 발판 삼아 EPA 관계로 발전시켜 갈 것이다.
▷안덕근 본부장은…
△1968년 출생 △덕원고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J.D. △미국 뉴욕주 변호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 패널리스트 △무역구제학회·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통상법·통상정책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위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2022년 5월~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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