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빚 좀 줄었나”…가계부채 10년만에 꺾인 속사정 보니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3.02.22 07:10:14
작년 4분기 가계신용 1867조원
4.1조원 줄어 2013년 이후 첫 감소
가계대출도 연간7.8조원 줄어
부동산침체·대출금리 상승 영향
한은 “당분간 확대 가능성 낮아”
세계최고 가계부채 감축 기회
“경착륙 막을 정책과 감시 필요”


[사진 = 연합뉴스]


치솟던 가계빚이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주택대출 수요 감소로 지난해 4분기 10년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올해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는데다 한은의 긴축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신용 잔액은 약 1867조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조1000억원(-0.2%) 감소했다. 가계신용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약 10년만으로, 감소폭으로만 따져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체 가계때출과 결제되지 않은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을 뜻한다.

가계대출이 1749조 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5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자 직전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다. 지난해를 통틀어서도 7조8000억원 감소해 통계 편제 이래 연간 기준 최초로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고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4분기 주담대는 1012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9%만 늘며 역대 최소폭 증가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며 주택거래가 줄어든게 원인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매매와 전세 거래량은 9만1000호, 29만2000호로 전분기보다 각각 1만7000호, 4000호 감소했다.



4분기 기타대출은 전분기보다 12조2000억원(-1.6%) 줄어든 736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감소폭과 감소율 모두 역대 최대다. 기타대출은 5개분기 연속 감소했다. 한은의 긴축기조에 따른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규제가 작용한 결과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대출금리 상승세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모두 감소했는데 비은행 기관의 감소폭이 더 컸다. 특히 비은행 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조8000억원(-1.1%) 줄었다. 정부의 안심전환 대출 등으로 비은행 기관의 주담대가 1금융권인 예금은행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3조3000억원(-0.7%) 줄었다.

가계부채는 대체로 감소했지만 카드대금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은 8개분기 연속 증가해 117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분기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고 작년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회복된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판매신용은 지난해 11조9000억원 늘어 연간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한은은 당분간 가계신용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박 팀장은 “1월의 경우 가계부채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며 “높은 금리수준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리스크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빚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유로존 포함 조사 대상 36개국중 가장 높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본격적인 부채감축이 이뤄진 것과 다르게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 20년동안 디레버리징을 의미있게 한 적이 없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가 70%를 넘으면 성장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연구된만큼 유의미한 디레버리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가 고통받는 경착륙을 피하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 교수는 “갑작스런 부채 감축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채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피하고 적절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레버리징의 타당하지만 대출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을 막을 금융당국의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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