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 늘어 역대최대 26조 물가 상승률보다 두배나 높아 코로나 학습 결손에 수요 폭발 소비 줄이거나 빚 내서 사교육 막대한 부담, 저출산도 부추겨 교육부, 상반기 경감방안 발표
하루에 몇 개를 가는지…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 강의를 홍보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고물가 등 영향으로 1년 만에 10.8%나 올랐다. <김호영 기자>
"중학생은 1인당 200만원 정도 사교육비가 든다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40대 유 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위해 독서논술 학원에 등록하면서 학원비 부담을 토로했다. 이미 영어·수학 학원에 한 달 1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논술 학원까지 추가되면서 학원비가 12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사교육비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소비 여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학원비를 줄이기보다 식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지면서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푸어' 부모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녀에 대한 막대한 사교육 부담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저출산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교 3000곳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1년 만에 10.8% 뛰었다. 2021년 종전 최고 기록(23조4000억원)을 다시 쓰며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교육부는 9년 만에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 상반기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사교육비가 급증한 것은 고물가 여파로 학원비가 오른 데다 초등학생 자녀조차 과외와 학원으로 쏠리는 '사교육 광풍'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원비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서민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 코로나19 사태에 비대면 수업이 늘자 문해력 등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지며 사교육 문을 두드리는 부모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25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국민 경제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로 흘러가지 못하며 가계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전체 나라 경제규모(명목GDP·2151조원)의 1.2%에 달할 정도로 커지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25조원)보다도 더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