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대표 추천인원 줄이고 금융·투자 전문가 확대 추진 기금위서 민노총 반발 고성오가 檢출신 한석훈 수책위원장 유력
올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주요 상장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의 일부를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워 전문성을 강화한다. 새롭게 꾸려질 수책위는 당장 이달 주요 기업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주총 시즌 최대 관심사인 소유분산기업 KT·포스코를 비롯해 KB·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에 대해서 수책위 차원에서 직접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올해 1차 회의를 열고 수책위 인적 구성을 바꾸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위원장)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위원 구성을 변경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금위 논의의 중심에 오른 국민연금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해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과 함께 설치됐다. 현재 수책위원은 총 9명이다. 상근전문위원 3명을 비롯해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등에서 각각 2명을 추천받아 임명하는 식이다. 이번에 기금위에서 논의한 안건은 각 단체가 추천해 임명하는 인사를 1명씩 줄이는 대신 나머지 3명을 금융·투자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표성보다는 전문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산운용,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투자 관련 전문가들을 폭넓게 위촉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 단체가 추천해 선발되는 인원이 줄어들다 보니 이날 기금위에서는 민주노총 등 근로자 대표를 중심으로 해당 안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이달 주총에서는 KT, 포스코, 주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차원이 아닌 수책위에서 결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국민연금 의결권은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직접 찬성 또는 반대 결론을 내리기 어렵거나 수책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콜업) 수책위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수책위 전문위원들 사이에서는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수책위가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는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올해 주총에서 이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책위 위원장으로는 검사 출신인 한석훈 상근전문위원(법무법인 우리 선임변호사)이 맡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수책위원장과 수책위원 선임을 이번주 중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안건이 수책위 테이블에 오르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수책위에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경우 각종 논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한 발 비켜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책위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책위는 2021년 안건 126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반대가 39건으로 31%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했을 경우 반대 비중(13.4%)에 비해 크게 높았다.
용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 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3개 전문위원회 중 하나로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