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우발채무 20.9조…‘빨간불’ 켜진 건전성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3.03.09 16:01:36 I 수정 : 2023.03.09 19:06:28
신용위험 부담 매입확약 90%
중소형사 신용위험, 대형사보다 높아


증권사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승환 기자]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우발채무가 작년 말 기준 2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가운데 증권사가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매입확약’ 비율이 90% 이상이라는 점이다.

증권사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매입확약’이 19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증권사를 대형사(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8개사)와 중소형사(4조원 미만의 17개사)로 구분해 살펴보면, 대형사의 우발채무는 12조4000억원으로 중소형사(8조4000억원)보다 4조원 많았다.

여의도 소재 증권사 [연합뉴스]
우발채무 규모만 보면 중소형사의 사정이 낫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매입확약 비율은 대형사(91.7%·11조4000억원)보다 중소형사(98.7%·8조3000억원)가 더 높았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PF 대출채권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신용보강 형태로는 매입보장(유동성공여형)과 매입확약(신용공여형)이 있다.

매입보장은 증권사가 유동화증권의 미매각위험만 부담한다. 그러나, 매입확약은 미매각위험에 더해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한다.

한금연은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율이 높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의미”라면서 “시공사 부실과 미분양 확대, 입주 포기 증가에 따른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소형사의 신용위험은 대형사보다 높았다. 중소형사의 경우 우발채무 상당 부분이 고위험군 부동산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7개 중소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평균 43.8%로 과도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3개사는 해당 비율이 60%대였고, 2개사는 9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금연은 “고금리, 부동산 부진 등 비우호적 경제환경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PF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고위험군 유동화증권 우발채무를 많이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 자본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큰 만큼,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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