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6천원? 사 가고 말지”…술값 오르자 주목받는 식당은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3.09 19:21:16 I 수정 : 2023.03.09 20:26:40
입력 : 2023.03.09 19:21:16 I 수정 : 2023.03.09 20:26:40
‘콜키지-프리’ 식당 검색량 41% 늘어
소비자들 “가서 사지 말고 사서 가자”
주류 판매 절실한 식당가에는 직격탄
소비자들 “가서 사지 말고 사서 가자”
주류 판매 절실한 식당가에는 직격탄
![](https://wimg.mk.co.kr/news/cms/202303/09/news-p.v1.20230309.946600e22b504f448bc9845944c8cdad_P1.jpg)
서울 송파구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가게에 직접 술을 가져오는 손님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소줏값이 5000원일 때부터 ‘콜키지’ 문의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 주류 가격을 인상하자 술을 들고 오는 손님이 늘었다는 것이다.
A씨는 “물론 소주를 들고 온 분은 아직 없었다”며 “대부분이 와인이나 위스키 등 양주다. 사케(청주)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줏값을 6000원으로 올리니까 콜키지가 늘었다”며 “주종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받고 있는데 소주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부 주류 반입을 무상으로 허용하는 ‘콜키지 프리’가 최근 식당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주류업계가 제품 출고가를 동결했음에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소주 등 주류 가격을 대거 올린 까닭이다.
‘콜키지’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의 줄임말이다. 손님이 가져온 술을 매장 내에서 마실 수 있도록 점주가 허용해주는 대신 소비자가 가게에 내는 비용을 말한다. 비용은 가게마다 다르고, 또 아예 받지 않는 ‘콜키지-프리(Corkage-free)’ 식당도 있다.
국내에 콜키지 문화가 자리 잡기 전에는 대체로 점주의 허락을 받고 외부에서 사 온 술을 가볍게 맛만 보는 정도에 그쳤다. 버젓이 영업 중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사 온 술을 마시는 건 식당 매출에 직격탄이기도 했고, 또 배려가 아니라는 공감대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급 양식점과 일식점 등을 중심으로 콜키지 문화가 국내에 본격 자리 잡은 것. 남의 영업장에서 자기 술을 마신다는 비판은 점차 사라졌고, 소비자들이 술을 직접 들고 와 마시는 일은 흔해졌다.
사실 자영업자들에게 콜키지는 불편한 문화다. 식사·안주류는 원체 재료비가 많이 들어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류를 판매해서 난 수익으로 손실분을 메워야 하는데 손님들이 직접 술을 가져오겠다고 하는 것.
![](https://wimg.mk.co.kr/news/cms/202303/09/news-p.v1.20230309.65cd8d472481476c9174399f0c1dc759_P1.jpg)
조금이라도 버틸 여력이 있는 가게들은 콜키지 비용을 받지만, 당장 매출이 급한 곳은 콜키지-프리를 내걸고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다.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 수수료를 아예 안 받는다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달리 소비자들은 콜키지-프리 식당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누적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술값을 대거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강남과 광화문, 시청, 홍대 등 저녁 장사가 많은 상권에서 소주 가격이 병당 6000~7000원에 책정되는 일은 다반사다. 여의도 등 직장인들의 법인카드 결제가 많은 일부 상권은 소주가 병당 9000원을 넘어서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술값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서 콜키지-프리 식당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구글 지도 등에서 ‘콜키지-프리’를 검색하기도 하고, 온라인 회원제 카페에서 식당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한 온라인 회원제 카페에서 콜키지-프리 식당 정보를 얻는다는 30대 소비자 C씨는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별로, 또 상권별로 식당 정보를 적어두면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소주가 6000원씩 하면 차라리 대형마트에서 술을 사서 가는 게 저렴하다”고 말했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에 따르면 술값 상승 폭이 컸던 지난 1~2월 ‘콜키지-프리’ 검색량은 3270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312건보다 41%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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