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손실에 최대주주도 손절”…위기설 번지는 크레디트스위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3.10 10:16:20 I 수정 : 2023.03.10 10:38:45
최대주주 매각·보고서 발표 연기
지난해 10조원 순손실 기록


크레디트스위스. <사진=연합뉴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가 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및 결산보고서 발표 연기 등 연이은 악재에 급락했다. 일각에선 수익성 악화가 지속 중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도 제기하고 있어 위축된 투자심리에 주가가 반전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4.48% 하락한 주당 2.77달러에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지난 2월 12.54% 떨어졌는데 이달에도 9.77% 하락 중이다. 지난 2021년 2월 기록한 고점(14.95달러) 대비해선 주가가 81% 급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지난 2021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 주요국 증시가 반등에 나서는 와중에도 악재 발생에 좀처럼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의 전 최대주주인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3~4개월 동안 크레디트스위스 보유 지분(10%)을 매각했다.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20년 동안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주주로 활동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상승은 많은 유럽 금융사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크레디트스위스의) 현금흐름 측면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주요 주주가 지분 정리를 할 만큼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영 환경은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순손실 규모만 13억9300만 스위스프랑(약 1조9800억원)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72억9300만 스위스프랑(약 10조3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키프브루옛앤드우즈(KBW)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도 나빴으며 자금 유출 규모도 충격적”이라며 “올해에도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면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9일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막판 질의 요청에 연말 결산보고서 발표 연기를 결정해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SEC는 크레디트스위스에 현금흐름표 수정 관련 통제·관리에 대한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감독 당국으로부터 접수한 의견을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 발표를 잠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파산한 영국의 그린실 캐피털과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본 게 배경이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한다는 점이 자본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적자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수익, 외형이 감소하는 악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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