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2~3배 급등한 종목 대표이사·최대주주 친척 등 주식매도로 수십억 현금화 외국인·기관도 매도 쏟아내 이달 개인만 1조7천억 순매수
코스닥 기업들 주가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회사에선 고점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회사 임원과 특수관계인의 주식 매도도 관찰되면서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날까지 44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들은 1조1997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개인투자자들만 홀로 1조7752억원을 순매수해 주가를 지탱했다. 유가증권시장 대비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더욱 거센 상황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이 기간 코스피 주식을 각각 1317억원, 34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 순매도와 비교해 규모가 각각 29.5%, 28.4%에 불과했다.
단기 급등주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경영권 분쟁에 주가가 폭등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로 이달 들어 637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코스닥 주도주로 떠오른 2차전지 양극재의 비중을 집중적으로 축소했다. 에코프로비엠을 2533억원가량 순매도했고 에코프로(-1819억원), 엘앤에프(-1700억원) 등도 대거 팔았다.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순매수한 종목들이다. 주가가 급등한 일부 기업은 회사 임원과 특수관계인 등이 주식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병훈 에코프로 대표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지난달 28일과 이달 8일 각각 2만1000주, 5000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코스닥 '대장주'에 등극한 양극재 기업이다. 작년 말 9만1000원이던 주가는 지난 6일 21만7000원까지 135% 치솟았다. 김 대표가 이틀간 기록한 평균 처분 단가는 주당 각각 15만9857원, 21만원이다. 주식 매각대금은 44억669만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5.56% 하락했다. 처분 이유에 대해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주식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코스닥 단기 급등주에서도 특수관계인의 주식 매도가 있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미래컴퍼니는 최대주주인 김준구 대표의 특별관계인(형)인 김준홍 씨가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 2거래일에 걸쳐 보유 전량인 38만2481주를 장내 매도했다. 주식 매각대금은 137억1993만원이다.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지만 미래컴퍼니는 이달 2일 주가 급등과 관련한 한국거래소 조회 공시 답변에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작년 말 1만765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6일 4만원까지 치솟았으나 10일엔 3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투자자들도 단기간에 지분 가치가 급상승한 기업을 던지고 있다. 이날 벤처캐피털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지분 6.04%를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장내 매도 방식으로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챗GPT' 테마주로 분류되며 올해 들어 3배가량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