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수출쇼크에 여행수지 적자까지 덮치면서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인 45억2000만달러(약 5조9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에 따라 널뛰는 상품수지의 '보완재'로서 만성 적자인 여행수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근로자가 휴가를 통해 해외에서 소비하는 비용만 국내로 돌려도 8조원이 넘는 여행수지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는데 이는 198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다. 지난해 12월 배당소득이 늘며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내며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이 직격탄이 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억달러나 줄어든 것으로 역시 사상 최대폭 적자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해외여행 급증으로 여행수지 적자폭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배나 많은 14억9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여행수지는 2000년 이후 22년간 만성적인 적자를 이어가며 경상수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휴가를 통해 국내 여행 활성화에 나설 경우 내수 진작 효과는 물론 '관광 역조' 현상도 완화시켜 여행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분석한 결과 국내 근로자들이 평균 연차(15.2일) 소진 때 해외여행을 갈 경우 지출비용은 연간 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