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경영권 분쟁...카카오·하이브 운명 여기서 갈렸다 [SM 막전막후]

오대석 기자(ods1@mk.co.kr)

입력 : 2023.03.12 14:29:24 I 수정 : 2023.03.12 18:16:32
SM 경영권 분쟁 막전막후
지분 획득 무산 뒤 속전속결 대응
배재현 대표 등 전략 대응 힘 발휘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하이브에 맞서 SM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투자은행(IB)업계에선 경영권 전쟁의 승패를 가른 데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카카오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금력에만 기대지 않고 치밀하게 전략을 구사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꼽힌다.

지난 3일 SM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에 대해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자 9.05% 지분 확보가 무산된 카카오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부에선 하이브가 당시 보유했던 수준의 지분만 가지고 사업협력을 하는 방안이 선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력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주말인 4, 5일까지 내부 논의를 거쳐 15만원 공개매수라는 ‘묘수’를 도출했다. 불과 3일만에 협력에서 인수로 선회하는 결정을 내리고 실행까지 옮긴 것은 기존 대기업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다. 또 9일부터 지난 11일 저녁까지 이어진 협상 테이블에서 하이브-카카오-SM 간의 글로벌 사업협력 등으로 하이브도 이기게 해주는 ‘윈윈’ 구조를 빠르게 마련한 것도 특유의 유목민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바탕이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캐시카우’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최근 카카오엔터의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까지 조단위 거래를 수차례 성사시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당 16만원까지가 최대 여력이 되는 하이브에 14만원이 아닌 15만원의 맞 공개매수를 건 것이 하이브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15만원 공개매수를 걸면 16만원이 아닌 17~18만원으로 공개매수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카오 공개매수 발표 후 SM 주가는 장중 16만원을 뚫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선 주당 20만원 등 처음부터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가격으로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의견도 있었으나 주식시장 과열 등 부작용과 경영권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 배 대표측에서 이 같은 전략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물론 카카오가 이같은 전략을 구사할수 있었던 핵심 무기는 막대한 자금력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쩐의 전쟁’으로 갈 경우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다는 카카오 측의 의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는 데 고전한 반면 카카오는 예금성 자산만 4조원, 총 현금성 자산은 7조원에 달한다. 특히 올 초 사우디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게 1조2000억원을 유치한 카카오엔터와 본사인 카카오가 같이 공개매수를 실시하자 하이브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조단위 차입금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 차입을 거절당했고 이자율도 높아져 자금 조달에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저 정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사실상 국부펀드들밖에 없는데 이들이 모두 카카오에 투자해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양사의 합의로 치솟았던 SM 주가가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가 26일까지 15만원에 지분 35% 취득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기간 안에 주식을 취득한 뒤 공개매수로 팔아 이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개매수가 장외거래인 만큼 세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경쟁자인 하이브의 포기로 SM 주가가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 35% 이상의 지분이 공개매수에 응하면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입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선착순이 아닌 만큼, 공개매수에 응해도 남는 지분을 장내에 팔아야 할 수 있다. 실제 하이브의 포기설이 돌았던 지난 10일SM 주가는 전일 대비 4.58% 내린 14만7800원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M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0일 이후 적정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총 12곳이 제시한 평균 적정 주가는 12만9500원이다. 15만원을 제시한 대신증권을 제외하면 14만원 이상으로 적정 주가를 내놓은 증권사가 전무하다.

SM 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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