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총 쏠림…절반이 사흘에 몰렸다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3.12 16:39:04 I 수정 : 2023.03.12 19:32:43
지정일엔 신고 의무화했지만
다른날 집중돼 제도 유명무실
3월 마지막주 62%가 개최
경영권분쟁땐 금요일 선호
펀드·소액주주 제안 2배로






상장사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집중일 신고의무제'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주총 중 절반이 사흘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일 신고의무제가 사실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주총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정한 주총 집중일(올해는 24·30·31일)이 아닌 다른 날에 주총이 집중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리츠, 스팩 제외)는 모두 1640곳이다. 이 중 62%에 달하는 1017건이 3월 마지막 주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주총 건수가 가장 많은 날인 29일(344건, 수요일), 24일(271건, 금요일), 28일(205건, 화요일)에는 전체 중 49.9%인 820건의 주총이 열린다. 주총 공고는 실시 2주 전까지로, 앞으로 해당일에 주총을 실시하는 기업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장 많이 주총이 몰리는 3일에 개최되는 비중은 2020년 58%, 2021년 51%, 2022년 53% 등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많은 기업의 주총이 열리는 날은 3월 중 금요일(29%)로, 총 479곳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특히 지배구조상 주요한 안건을 표결하는 기업들이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주총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17일)과 남양유업(31일)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제출한 BYC(24일), 농심(24일) 등도 금요일에 주총을 개최한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KT 주총도 31일이다. 극적 합의가 이뤄진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 주총이 31일로 잡혀 있었다.

시간대 역시 오전 9시와 10시에 집중돼 있다. 2017~2021년 상장법인 정기 주총 개최 시각을 살펴보면 오전 9시부터 주총을 시작한 기업 비율은 56.9%,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기업은 30.8%였다. 다수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물리적으로 주총 참석 기회는 하루 한 곳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주총 집중일 신고의무제는 상장사 자율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참여 시 불성실 공시 벌점 감경,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수료 감경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말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총이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를 막기 위해 주총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고자 하는 상장사들은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이날 총회를 여는 경우 주주에게 이유를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집중일을 피해 주총을 실시하고 사전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 신고하면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그러나 참여를 자율에 맡기는 프로그램인 탓에 여전히 상장사들의 주총이 특정주, 특정일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백 곳의 주총이 같은 날, 같은 시기에 열리다 보니 주주들이 주총에 갈 수도 없고 안건을 검토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현실적으로 안건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총 825차례 주총에서 3439건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위탁사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 것만 1948건에 이른다. 이를 판단할 국민연금 내 직원은 10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은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는 시기가 늦기 때문에 주총 일정 역시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법인일수록 감사인들이 대기업 위주로 먼저 감사를 진행하는 탓에 보고서 제출이 늦어지고, 이 때문에 주총도 3월 마지막 주로 몰린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배구조에 민감한 사안을 자세히 논의하지 않고 넘어가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리는 날짜는 금요일"이라며 "이는 주말에 언론 보도나 증권가 보고서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이전에는 주총이 3월까지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법 조항(제350조 3항)이 있었지만 현재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서 상장사들이 제약 없이 6월까지도 주총을 열수 있게 됐다.

한편 올해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상정한 상장사는 지난 9일 기준 32개사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16개사)에 비해 2배로 늘었다. KT&G, KISCO홀딩스, JB금융, BYC, 태광산업은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을 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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