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중국경제]정부조직 개편의 불편한 속내

입력 : 2023.03.13 08:59:09 I 수정 : 2023.03.13 09:02:41
중국서 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한다. 부총리 4명과 함께 14억 명의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 자리다.

2013년 3월 총리에 오른 리커창이 내건 ‘리코노믹스(Likonomics)’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정부 주도형 재정투자를 통한 성장정책을 버리고 부채율을 줄여나가는 한편 공기업 가격통제를 없애는 등 산업구조를 전환한다는 게 당시 내건 3대 핵심과제다.

리 총리는 랴오닝성 당서기로 근무하던 2007년 ‘커창 지수’를 만들며 경제전문가로 ㅇ니정 받는다. 중국 GDP 성장률을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도록 전력소모량(40%) 화물 운송량(25%) 통화량(35%)을 활용해 만든 지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이 지수를 보도하면서 중국서 발표하는 GDP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추켜세웠을 정도다. 더 나아가 시장에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소신도 가졌던 인물이다.

물론 10년을 회고해 보면 이 지수도 엉터리란 평가를 받는다. 중국 특유의 정치경제학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을 구동한 엔진은 통화방출과 재정투자다. 적자를 감수하는 구조다 보니 지방 재정은 파산 직전이다.

지방 공기업도 모두 부채 리스크에 무방비다. 급격히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이 가계 소득을 흡수해 버리는 바람에 소비는 늘 제자리다.

리 총리는 임기 10년을 마무리하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금융이란 용어를 무려 19차례나 강조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와 이름이 비슷한 리창 신임 총리는 취임 전부터 약체란 평가를 받는다. 상하이 당서기와 저장성 장쑤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짧은 이력이다. 빈곤한 지역 근무경험은 아예 없다. 그동안 경제와 과학 분야에서 전문가를 중용해온 관례에 맞지 않은 인물이다. 만장일치로 3연임을 인정받은 시 주석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게 유일한 장점일 정도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고 만든 게 경제 분야 직제 개편이다. 13개에 달하는 당 정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리스크 관리를 위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 마디로 은행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되 증권 시장을 개방해서 리스크를 투자자들에게 분산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의 금융감독 기구는 국무원소속 금융안정발전위원회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그리고 은행과 보험 감독기관인 ‘은감회’와 ‘보감회’를 합병한 은보감회로 이뤄져 있다. 개편안은 은보감회를 기반으로 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감총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만든 게 골자다. 여기서는 증권을 제외한 금융업을 감독한다. 금융 지주회사 등에 대한 일상적인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당 중앙에서 직접 맡는 구조다.

이전에 증감회에 있던 투자자 보호 기능은 ‘금감총국’으로 이관한다. 증권 시장을 통제하던 증감회는 국무원 직속 단위에서 국무원 소속기관으로 강등된 셈이다.

대신 금감회에서는 회사채발행과 심사업무만 하게 된다. 이전의 기업채권 발행은 중앙은행과 발전개혁위원회 증감회 재정부 등 다중 감독을 받아왔던 점과 다르다.

한마디로 회사채 시장을 규제를 풀겠다는 신호다. 기존에 은행 대출에 의존하던 공기업 부채를 투자자 몫으로 돌리려는 의도다.

이 밖에 중앙금융관리부문에서 직접 지방에 기구를 설립해서 지방 금융개혁을 하기로 한 점도 주목거리다. 지방 정부에서 설립한 금융 감독관청은 금융국이나 금융판공실 등 간판도 못 달게 돼 있다. 오로지 지방 정부 소관 특별채권만 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지방 직제도 9개 분사와 1개 지점을 없애는 대신 31개 성시에 성 급 지사를 설치하기로 개편한 상태다. 군 단위인 현급 지점을 없애고 지급 시에 설립한 지점에서 관장하기로 한 것이다.

당의 강력한 영향력은 경제에 이어 과학기술 분야로 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각종 국가안전 데이터를 통제하는 국가 데이터국 신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조차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당정 합일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5년 전부터 나온 이슈다. 당과 정부로 이원화한 시스템을 당 우위로 재정립하는 게 목표다.

관심을 끌었던 당 중앙 내무위원회를 만든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공안부와 국가안전부를 국무원에서 빼내서 당 직속 중앙내무위원회로 만드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홍콩과 마카오를 관장하는 기관을 국무원에서 당 중앙소속으로 변경할 것이라던 세간의 추측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요 기구를 당 소속으로 변경하면서 당의 입김이 강해진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

국무원에도 당 조직이 있다. 하지만 조각조각 분할된 당 조직을 당 중앙과 비교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이 당 중앙에서 직접 통제하는 게 전과 다른 점이다.

특히 딩쉐샹(丁薛祥) 상무부총리나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모두 시진핑의 측근이란 점이다. 서방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도 없고 국제금융기관과의 관련성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딩쉐샹은 경제정책을 수립해본 적도 없는 인물이다. 성 정부를 이끌어 본 이력도 없다. 당무 경험만 있다. 부총리보다 당 서기처 제1서기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관장하던 허리펑은 샤먼대에서 금융을 전공한 사람이다. 해외 유학 경험은 물론 국제 경험도 부족하다. 경제이념은 극좌에 가깝다.

아무튼 중국 경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돈을 풀며 부양한 소비는 늘지 않고 있고 대신 실업자만 급증하는 추세다. 투자와 성장의 요술 방망이로 통하던 부동산은 인구 노령화 등으로 침체의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며 지방 정부의 부채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도 깨진 지 오래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다.

중국의 최근 경제 상황은 주변 안보와 대미 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미국의 기술 제재를 풀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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