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쟁탈전] 절박함의 차이가 승부 갈랐다
입력 : 2023.03.13 16:42:46
제목 : [SM엔터 쟁탈전] 절박함의 차이가 승부 갈랐다
카카오엔터, SM엔터 인수로 IPO 가능성↑… 20조~25조 밸류로 상장 추진 전망[톱데일리] 사면 좋은 회사와 사야만 하는 회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바라보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입장은 이렇게 갈렸다.
1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주까지 대항 공개매수를 포함해 SM엔터 인수를 마무리 지을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대항 매수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이미 검토를 끝마쳤다. 하지만 하이브는 대항 매수 대신 SM엔터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공개매수가인 15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SM엔터 주식을 매집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판단이었다.
하이브 입장에서 SM엔터는 사업 시너지를 노려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였다. SM엔터가 보유한 다양한 아티스트 관련 지적재산권(IP)을 품으면 위버스를 독보적인 K-POP 팬덤 플랫폼으로 성장 시킬 수 있었다. SM엔터 인수는 하이브의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간 하이브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높은 BTS 매출 의존도를 SM엔터 인수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브는 SM엔터가 주당 17만~18만원을 지불할 값어치가 있는 회사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SM엔터 발행주식수는 238만여주로, 주당 17만원의 가치로 계산하면 시가총액은 4조원을 넘어간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말 SM엔터 주가는 7만원대에 위치했다. 하이브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지난해 말 거래가 대비 두 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했다. 차입에 따르는 추가적인 금융비용 지출도 감수해야 했다.
카카오의 결사 항전 태세도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후 카카오가 또 한 번 가격을 올려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려면 증거금을 미리 납입해야 한다. 카카오의 역공으로 공개매수가가 20만원 안팎으로 치솟는다면 하이브는 대규 모 자금을 조달하고도 SM엔터를 놓치는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게 될 여지가 있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 상장을 위해 SM엔터 인수가 절실했다. 그간 카카오 그룹은 카카오엔터 성장을 위해 수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는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회사다. 지난 2021년 웹소설·웹툰 회사 카카오페이지(옛 포도트리)가 영상 제작 업체 카카오M을 흡수하면서 카카오엔터가 출범했다. 지난 2016년 약 1조9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엔터로 녹아들었다. 또한 카카오엔터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인수하는 데 약 1조1000억원을 지출했다.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카카오엔터는 만족할만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카카오엔터의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2500억원, 영업이익은 296억원 정도다. 영업이익률은 2%에 불과하다. 유통회사와 비견될 만한 카카오엔터의 낮은 수익성은 적자 회사라도 웃돈을 주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M&A를 진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확보 보다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주안점을 뒀던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약 2450억원에서 2022년 약437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카카오엔터의 부채규모는 1조55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자본총계 1조3740여억원을 상회한다. 사업 활동에 뒤따르는 현금흐름만으로는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기업공개는 카카오엔터 투자금을 단번에 회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다. 카카오엔터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도 상장은 지체하기 어려운 당면과제다. SM엔터를 인수하면 카카오엔터의 상장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를 종속회사로 편입하면 당장 연간 매출 1조원, 1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인수를 발판 삼아 20조원에서 25조원 사이의 기업가치로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엔터 상장 시 시가총액의 30% 수준의 매출을 일으킨다고 가정하면 6조원에서 7.5조원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카카오엔터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회수 가능 금액은 0에 수렴한다. 카카오 측이 SM엔터 공개매수에 주당 15만원이라는 '베팅'을 진행할 수 있던 배경이다.
향후 카카오엔터는 SM엔터와 다수의 해외 합작법인을 세우고, SM엔터 IP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을 제작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 카카오엔터의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코스닥 상장 법인인 SM엔터 인수로 카카오엔터는 우회상장이라는 선택지도 손에 쥐게 됐다. 다만 우회상장의 경우 직상장에 비해 이득이 덜하다. 우회상장 시 신주 유상증자에 따른 투자금 유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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