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7주년 제33차 국민보고대회] 제조업, 이젠 국가대항전 시대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 2023.03.13 17:41:51 I 수정 : 2023.03.20 09:23:34
독일 車업계 데이터 동맹…경쟁자끼리 연합 플랫폼
글로벌 공급망 패권 전쟁, 매경·BCG 미래 해법 모색




제조 강국 독일을 대표하는 BMW·폭스바겐·벤츠·지멘스·보쉬 등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 업체가 일제히 참여해 차량 제조와 관련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카테나-X(Catena-X)'가 다음달 본격 가동된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2021년 하반기부터 진행한 자동차 산업 데이터 동맹을 위한 물밑 작업을 마치고 다음달 열리는 하노버 박람회에서 운영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은 10여 년 전부터 제조업 공장의 디지털화(Industrie 4.0)를 추진해왔고, 지금은 제조업 전반의 산업 데이터를 공유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 스마트 공장이 개별 공장 수준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고장을 예방하거나 제품 불량률을 낮추는 것이었다면 미래에는 이 같은 제조 데이터를 산업계가 공유해 생산성을 높이고 탄소배출량까지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카테나-X는 특히 자국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끌어들인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조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시행 예정인 '디지털제품여권' 제도와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고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등 환경 규제를 내걸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독일 산업계는 카테나-X를 통해 이 같은 규제에 공동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유럽과 미국이 사실상 자국 산업 유치를 위해 장벽을 쌓는 상황에서 한국도 카테나-X 같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리버 간서 카테나-X 의장은 뮌헨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기술적인 부분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간서 의장은 "데이터 공유 성과를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 올해 4월 하노버 박람회에서 4개 분야의 실증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과거엔 세계화 시장에서 개별 기업 단위로 경쟁이 벌어졌다면 이제는 탈세계화 추세 속에 한 나라의 기업·정부·학계·국민이 모두 힘을 합친 국가 단위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오는 22일 신라호텔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제3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며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제조강국, G5 도약의 길'을 주제로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베를린 뮌헨(독일)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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