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농업AI대회서 한국팀 첫 준우승 ‘쾌거’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5.01.17 01:21:12
네덜란드서 열린 ‘제4회 농업AI대회’
韓애그리퓨전팀 본선에서 최종 2위
한국팀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 순위
4개월간 AI만으로 난쟁이토마토 재배
1위는 중국팀...한국 트리거팀은 4위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농업인공지능(AI)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애그리퓨전(AgriFusion)팀이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막을 내린 ‘제4회 그린하우스 오토노머스 챌린지(Greenhouse Autonomous Challenge)’ 본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행사 주최 측이 밝혔다. 지난 2018년 1회를 시작으로 격년으로 열리고 있는 이 대회는 AI를 활용해 누가 더 작물을 잘 재배하는가를 겨루는 행사로 세계 최고의 농업대학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이 주최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예선을 시작한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총 23개 팀이 참가했다. 이들 중 상위 5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바헤닝언대학에서 제공한 유리온실에서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난쟁이 토마토 재배 대결을 벌였다. 난쟁이(dwarf) 토마토는 다 자랐을 때도 키가 작은 품종으로 수확에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서 열린 ‘제4회 세계농업AI대회’ 최종 결선 시상식에서 2위를 차지한 애그리퓨전팀이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2위에 오른 애그리퓨전팀은 농업 스타트업인 크로프트가 결성한 팀이다. 크로프트는 온실 재배에 최적화된 AI 재배 솔루션 전문업체다. 이번 대회에는 크로프트 류희경 대표와 이우람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비롯한 직원 6명과 서울대, 고려대, 하버드대 연구원 등 총 14명이 팀을 이뤄 참가했다. 류 대표는 지난 3회 대회 때도 참가해 본선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에서 참가한 또 다른 트리거(Trigger)팀은 4위를 차지했다. 이 팀은 유리온실 기반의 애그테크 기업인 그리트 류광섭 대표와 직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 대영지에스와 빅웨이브AI, 네덜란드 리더 등 기업과 서울대 등에서 총 13명이 팀을 이뤄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이전에 비해 더 까다로운 방식이 적용되는 등 고난도 AI 재배 대결을 펼쳤다. 그동안에는 작물이 재배되는 동안 AI 이외에 사람이 개입해 온실 내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일부 허용됐다. 다만 사람이 개입한 횟수가 늘어날 수록 감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중도에 사람의 개입 없이 초기에 설정해 놓은 AI 알고리즘만으로 작물을 재배하도록 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 유리온실에 토마토를 정식한 이후에는 AI 이외에 그 누구도 온실 내 환경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AI가 재배한 토마토의 양과 품질, 판매 가격, 에너지 소모량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평가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서 열린 ‘제4회 세계농업AI대회’ 최종 결선 시상식에서 4위를 차지한 트리거팀이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최종 우승은 중국 저장대 타오린 교수가 주축이 된 아이디어즈(IDEAS)팀이 차지했다. 3위와 5위는 각각 네덜란드 무그로우(MuGrow)팀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다국적팀인 토마토넛츠(Tomatonust)팀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이인복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세계원예학회 산하 정밀원예공학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매 대회 때마다 작물을 바꿔가면서 AI를 활용한 농업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의미가 있다”며 “얼마나 많은 수확량과 좋은 품질로 순이익을 극대화하는지, 그리고 물과 에너지 등 자원을 얼마나 적게 투입하는 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선 진출 5개 팀 중 한국팀이 2개 팀이나 될 정도로 높은 실력을 보였다”며 “애그리퓨전팀이 아쉽게 우승을 놓쳤으나 한국팀이 매번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AI 농업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회 대회 때부터 꾸준히 참가하며 AI 농업의 경험을 키우고 있다. 2회 대회 때는 세종대 민승규 석좌교수와 서현권 교수가 주축으로 참여한 디지로그팀이 본선 3위를 기록했다. 이 때는 재배 대상 작물이 방울토마토였다. 3회 대회에서는 CVA팀과 먼데이레튜스팀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 팀이 꾸준히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 대회에는 각 작물 재배에 있어서 최고 실력을 갖춘 네덜란드 농민팀이 함께 참여해 AI팀과 실력을 겨루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농민팀의 평가점수는 AI팀 1위와 2위 다음이었다.

이번 세계농업AI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한 5개팀이 난쟁이토마토를 재배하는 동안 난방 에너지과 LED용 전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


앞서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에 진행된 이번 대회 예선에서는 모두 4차례의 대결을 통해 본선 진출 팀이 가려졌다.

첫번째는 AI 기법 중 하나인 컴퓨터 비전 대결이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 식물 사진을 놓고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해 식물의 특성을 추정하게 했다. 작물 사진을 보고 높이와 연면적, 생체중, 익은 과일 숫자 등을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누가 더 정교하게 설계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두번째는 온실 환경조절과 작물 모델링 대결이었다. 바헤닝언대학에 있는 온실에서 작물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난쟁이 토마토를 가상으로 재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15주간 작물의 재식 밀도와 온실의 온도, 습도를 설정해 누가 가상으로 최대 수익을 올리느냐를 따졌다.

해커턴 방식으로 진행된 세번째 과제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해충 판독이었다. 벌레를 잡는 노란색 끈끈이 트랩 사진에서 해충을 판독하게 했다. 노란색 트랩 사진 2장과 문제를 주고 5시간 이내에 답을 내도록 하는 과제였다. 마지막 네번째 과제는 AI 전략에 대한 팀별 프리젠테이션이었다. 본선 대결에 진출하게 될 경우 어떤 재배 전략과 AI 알고리즘, 솔루션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전략 발표였다.

이 같은 4차례의 경쟁에서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5개 팀이 본선에 진출해 실제 온실에서 AI 알고리즘만으로 난쟁이 토마토를 재배해 최종 성과를 다투었다.

이 교수는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AI 농업의 미래 가능성과 함께 중국 팀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사람의 능력에 비해 AI를 활용한 농업이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더 긴요해지고 있음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농업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중국 팀 자체의 성적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대회에 참가한 많은 팀에 중국인 연구자나 학생이 포함됐다”며 “이 대회의 메인 스폰서가 중국 기업인 텐센트이기도 하지만 미래 농업에서 중국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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