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어디까지 번질까”...파산설 CS, 최대주주 사우디 손떼자 휘청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입력 : 2023.03.16 05:58:35 I 수정 : 2023.03.16 09:49:33
15일 나스닥종합지수 0.05% 상승
단타 몰린 FRC, 전날 급등세 반납
‘자금지원 가능성’ CS 시간 외 반등
美주요 국채 가격·달러 가치 급등
연준 기준금리 동결예상 50% 육박


15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CS 주가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은행 연쇄 도산 위기에 휘몰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는 금융 리스크 충격을 소화하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15일 오후 (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중앙은행은 “필요한 경우 해당 은행에 재정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날 뉴욕증시를 비롯한 유럽증시에서는 경영난에 놓인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해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한 차례 흔들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단기 매매 자금이 몰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티커 FRC) 주가는 전날 26% 가량 주가가 뛰었다가 하루 만에 21% 넘게 급락했습니다.

15일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종합주가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주가지수가 하락 마감했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0.69%, 0.87% 떨어졌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9% 하락했습니다.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0.05% 올라섰습니다. 주요 주가 지수 모두 장 후반으로 갈 수록 낙폭을 좁혔습니다.

개별 종목을 보면 이날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는 장 중 25%를 넘나드는 급락세를 보이다가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전날보다 13.94% 하락해 1주당 2.16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폐장을 즈음해 스위스 중앙은행이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NMA)과 CS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낸 영향으로 시간 외 거래 초반 해당 종목 주가는 6% 넘게 반등 중입니다.

그간 CS는 각종 악재에 시달린 결과 월가에서도 파산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 지목 되어왔습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2022년과 2021년 회계연도 보고 절차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들이 돈을 빠르게 빼가면서 작년 4분기(10~12월)에만 예금이 약 1230억 스위스프랑(미국달러 기준 1330억달러) 인출됐습니다. 작년 한 해를 통틀어 크레디트스위스 연간 순손실은 약 73억스위스프랑(79억달러)을 기록해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전세계 정규직 직원 9000명을 줄이는 한편 투자은행 사업을 분리라고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다만 연례 보고서 발표 다음 날인 15일 사우디 측이 크레디트스위스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날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이날 암마르 알 쿠다이리 사우디국립은행 회장은 CS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게 되면 중요 투자자로서 투자 관련 내역을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는데 그런 의무를 굳이 질 의향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사우디국립은행은 작년 11월 약 14억 스위스프랑을 들여 CS의 지분 9.9%를 인수함으로써 CS 최대주주가 된 바 있습니다.

금융 안정이 증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같은 날 미국 소비 여력이 줄어듯한 분위기를 담은 경제 지표가 나왔습니다. 15일 뉴욕증시 개장을 전후해 ‘미국 2월 소매판매’와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됐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 판매가 월간 0.4%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달인 1월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증가율(3.2%)에 비하면 소매 판매가 눈에 띄게 쪼그라든 셈입니다. 휘발유와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는 월간 0.5% 증가했는데 1월(2.3%)보다는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민간 소비가 실물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이 민간 소비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가 소매 판매입니다.

15일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기준금리 전망
한편 미국 노동부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월간 0.1%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달인 1월 상승률(0.3%)이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 상승)와 달리 하락세였습니다. 2월 PPI는 연간 기준으로도 4.6% 올라 1월(5.7%)에 비해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PPI는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지표에 반영됩니다.

미국 내외 상황이 빠르게 변하면서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힘을 얻는 모양새입니다. 14일 오후 선물시장에서는 3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 예상이 전날 22.5% 에서 이날 47.6% 로 올랐습니다. 반면 0.25%포인트(p) 인상 예상은 77.5% 에서 52.4%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주 실버게이트캐피털·실리콘밸리뱅크·시그니처뱅크 등 미국 은행들이 줄줄이 폐업 위기에 내몰린 데 이어 글로벌 IB인 CS 까지 경영난이 부각됐고, 미국 경제는 소비 부진·물가 둔화 조짐이 경제 지표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이 예상을 수정한 결과입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선물시장 분위기에 발맞춰 주요 국채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다시 내려갔습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이날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13bp(=0.013%p) 내려간 4.75%,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7bp 떨어진 3.93%,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3bp 떨어진 3.51% 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1%넘게 올라섰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 50분 기준 1.13% 오른 104.77 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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