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증시 상승률 9.5% 글로벌 Top10 중 9개 차지 韓 상장 유럽ETF도 상승세 'KODEX 유럽명품' 15% 올라 EU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기대 저성장에 상승 지속될지 의문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불안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유럽 증시가 이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11일 전 세계 주요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유로스톡스50이 9.48%로 미국의 S&P500(3.14%)과 나스닥(2.09%)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증시 상승률을 비교해봐도 1~10위 중 9개가 유럽 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코스닥(10.53%)을 제외하면 폴란드 WIG20(14.39%), 독일 DAX(10.06%), 프랑스 CAC(8.47%) 등이 대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실제로 유럽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루이뷔통, SAP, 에르메스, ASML 등 주요 기업들에 뭉칫돈이 몰리며 새해 들어 10% 내외 높은 주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 유럽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다.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은 새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만7480원에서 이날 1만9305원으로 10.44% 올랐다. 버버리·에르메스 등을 담은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는 이 기간 9495원에서 1만910원으로 14.9%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럽 증시가 유독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증시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기대감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올해 들어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고려해 금리 인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회의에서 ECB는 예치금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2.75%로 조정했는데, ECB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말 ECB 정책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추가로 인하돼 1.5%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마리오 센테노 ECB 정책위원은 현재 2.75%인 예치금 금리를 2%로 조기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 주식으로 유입된 자금은 25년 만에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이 같은 유럽 증시의 강세가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일시적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럽의 고질적인 저성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유럽 증시 매출은 7.9% 성장해 전년의 1%에 비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증시는 14.1%로 거의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은 여전히 낮은 에너지 자립도, 열악한 거버넌스, 분열된 에너지 및 자본 시장, 낮은 인구 증가율, 낮은 기술 투자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유럽 증시가 간혹 상승 랠리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지만 월가의 장기적인 지배력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