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현재 동물 가운데 공룡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에뮤(emu)와 레아(rhea) 등 날지 못하고 거대하게 진화한 대형 조류도 장치를 조작해 먹이를 얻는 퍼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 퍼즐(왼쪽)과 퍼즐을 풀고 있는 레아(rhea)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먹이 퍼즐(왼쪽).홀수 칸에만 먹이가 들어 있어 이것을 먹으려면 플라스틱판을 돌려 구멍을 맞춰야 한다.오른쪽은 먹이 퍼즐을 풀고 있는 레아(rhea) [Scientific Reports, Fay Clark et al.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브리스톨대 페이 클라크 박사팀은 21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먹이 퍼즐 실험 결과 날지 못하는 거대 조류 팔래오그나테과(Palaeognathae) 새에 속하는 에뮤와 레아가 시행착오 학습을 통해 인지 퍼즐을 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에뮤와 레아 같은 팔레오그나테과 조류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라며 이들의 행동이 일부 공룡과 유사한 점을 고려할 때 혁신 능력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팔래오그나테과 조류는 에뮤, 레아, 타조, 지금은 멸종된 자이언트 모아(giant moa) 등 날지 못하고 거대하게 진화한 여러 종의 새를 포함하는 그룹으로, 까마귀와 앵무새, 갈매기, 맹금류 등이 속한 네오그나테과(Neognathae)와는 다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새의 인지 능력 연구는 대부분 까마귀나 앵무새같이 두뇌가 상대적으로 큰 조류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뇌가 작은 팔레오그나테과 대형 조류의 인지 능력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먹이가 들어 있는 퍼즐을 풀고 있는 에뮤(emu) [Fay Clar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동물원에 있는 에뮤 3마리와 레아 2마리, 타조 4마리 등 팔레오그나테과 조류 9마리를 대상으로 기계적 조작을 해야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만든 먹이 퍼즐을 푸는 실험을 10회씩 실시했다.
투명하고 둥근 플라스틱으로 만든 퍼즐은 먹이를 넣을 수 있는 공간 5개와 그 공간에 맞는 구멍이 있는 판을 볼트와 너트로 고정한 것으로, 먹이를 먹으려면 플라스틱판을 돌려 구멍을 먹이가 들어 있는 칸에 맞춰야 한다.
실험에서 세 마리의 에뮤는 모두 첫 번째 시도에서 퍼즐을 풀고 먹이를 먹었으며 퍼즐을 초기화한 다음에도 다시 문제를 해결했다.
레아 한 마리는 퍼즐을 푸는 대신 볼트와 너트를 완전히 돌려 퍼즐을 분해한 다음 다섯 개 먹이를 모두 획득했고, 다음 시도에서는 바퀴를 돌려 퍼즐을 풀었다.
그러나 타조는 한 마리도 이 퍼즐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클라크 박사는 "이 연구에서 팔레오그나테 조류가 보여준 혁신은 단순하고 낮은 수준으로 볼 수 있고 까마귀와 앵무새에서 볼 수 있는 혁신만큼 복잡하지 않지만 그래도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전에는 팔레오그나테 조류의 기술 혁신에 대한 보고가 없었고 '멍청한' 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면서 "이 연구는 그게 사실이 아니며 기술 혁신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새에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tific Reports, Fay Clark et al., 'Palaeognath birds innovate to solve a novel foraging problem',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88217-8 scitec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