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주식 한 종목과 채권을 혼합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면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27.44% 급락했지만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는 9.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다른 채권혼합형 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7.06% 떨어졌으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는 2.7%만 내렸다. 애플 역시 올 들어 주가가 3.06% 내렸는데, 'PLUS 애플채권혼합' ETF는 2.64% 떨어졌다.
특히 팰런티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지난 5거래일 동안 16.23% 급락했다. 반면 지난달 11일 상장한 'KIWOOM 팔란티어미국30년국채혼합액티브(H)' ETF는 0.67% 내리며 변동성을 방어했다.
단일종목 채권혼합 ETF는 주식 한 종목을 약 30% 담고 나머지는 국공채 등 채권에 투자해 변동성을 낮춘 상품이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은 테슬라 주식을 30%가량 담고 나머지는 국고채에 투자한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하락장에서 채권의 방어적 성격이 포트폴리오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채권혼합형 ETF는 상승장에서 개별 종목이나 주식형 ETF보다 상방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채권 비중이 높아 개별 주식의 상승폭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3.75% 오른 반면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은 같은 기간 0.86% 오르는 데 그쳤다.
금리 상승기에는 기존 채권 가격이 하락해 ETF 내 채권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채권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길수록 금리 상승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연금 계좌 내 채권혼합형 ETF의 잔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한 결과 이 회사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내 채권혼합형 ETF 잔액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973억원이던 채권혼합형 ETF 잔액 규모는 2023년 말 1772억원, 2024년 말 581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달 20일에는 6964억원에 달했다. 한 달 반 만에 20%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채권혼합형 ETF는 변동성 방어 효과로 인해 장기 투자자가 선호하는 연금 자산 운용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투자 매력이 상승한 점도 잔액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주식 비중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에게도 활용도가 높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최소 30%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주식 30%와 채권 70%로 구성된 ETF를 활용하면, 사실상 전체 적립금의 79%까지 주식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연금계좌에서 특정 종목 투자 비중을 최대한으로 가져가고 싶은 투자자라면,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와 위험자산 투자 비중 조정을 통해 지정 종목에 대한 노출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종목형 상품이라고 해도 채권 외 편입하고 있는 개별 종목에 따라 ETF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성장성 있는 종목을 편입한 ETF를 고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