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마침내 날아든 트럼프의 청구서

김지훈

입력 : 2025.03.06 05:57:01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우리(미국)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

2만8천명의 미군을 (한국에) 두고 있으며, 한국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2015년 10월 18일 폭스뉴스 출연)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25년 3월 4일 의회 합동 연설)

美 트럼프 대통령 첫 의회 연설…관세정책 강행 의지 재확인[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전과 똑같다.

한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은 1기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10년째 달라진 것이 없이 그대로였다.

트럼프의 4일 의회 연설에 포함된 한국 관련 언급을 보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돈을 버는데 미군은 손해를 보며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한국의 관세가 4배 높다는 그의 발언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근 지적했던 부가가치세(VAT)나 정부 보조금 등까지 감안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런 언급을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의 의회 연설 발언은 사실상 한국에 대한 첫 청구서다.

트럼프가 2기 임기 시작 후 무역정책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날이 처음이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이제 한국도 트럼프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섰음을 부인할 수 없다.

10년 전부터 '공짜 방어'를 주장했던 트럼프가 1기 취임 직후부터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내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청구서를 들이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설하는 트럼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연설에서 알래스카주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한국과 일본 등이 각자 수조 달러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청구서의 한 조각일 뿐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미국도 똑같이 부과하고 불공정한 무역장벽을 세운 교역상대국에 물리는 상호관세도 다음 달 2일부터 개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보조금을 받도록 한 반도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모두 한국을 대상으로 삼는 내용들이다.

더구나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까지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되면 우리가 부담해야 할 청구서의 금액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동맹·비동맹 구분없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우리만 불리한 입장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이 청구서를 놓고 국익을 건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생긴 현지 일자리를 무기로 삼고 미국의 조선업 협력 요청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에게 청구된 금액을 깎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국정 공백에도 민관정이 뭉쳐 안보와 경제·통상을 연계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hoon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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