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 벌수도 있겠지만”...창업 전도사 선생님이 말하는 ‘실패의 가치’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입력 : 2025.03.27 23:42:59
입력 : 2025.03.27 23:42:59
국내 첫 ‘청소년기업가정신’ 교과서 쓴 오일환 교사
일선 고교 정규교과목 채택
사업화부터 시제품 제작 등
프로젝트식 수업 방식으로
실제 창업과정 배울수 있어
실패 통해 해결법 찾아내고
도전이 두렵지 않게 해야죠
일선 고교 정규교과목 채택
사업화부터 시제품 제작 등
프로젝트식 수업 방식으로
실제 창업과정 배울수 있어
실패 통해 해결법 찾아내고
도전이 두렵지 않게 해야죠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삼괴고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청소년 기업가정신’ 수업이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됐다. 수업에는 지난달 갓 교육청 심의를 통과한 따끈따끈한 신간 교과서 ‘청소년 기업가정신’을 활용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교과서를 개발했고, 이를 삼괴고 학생들이 학기당 3학점씩 선택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다.
교과서 공동 저자인 오일환 삼괴고 교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처음에는 ‘기업가정신이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거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강의식 수업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타 과목 교과서에서 보기 힘든 사례와 실습 위주로 구성됐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실생활의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법이 주로 담겼다. 패션 지식이 전무한 평범한 영업사원이었던 세라 블레이클리가 ‘발 없는 스타킹’을 만들어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스팽스(SPANX)’를 세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버스 도착 앱이 없던 시절 고등학생이 만든 시내버스 이용자 필수 앱인 ‘서울버스’로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래머 유주완 씨 사례도 담겼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생활 속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템으로 빚어가는 아이디어 창출 기법, 시제품 제작과 평가 방법 등 실제 창업 단계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배운다. 이처럼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과는 개념을 이해하거나 암기하는 방식으로 학습해온 다른 교과와는 결이 다르다.
오 교사는 “창업 교육 목적이 어린 학생들이 당장 창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가정신을 갖게 된 학생들은 진로 결정 시 기존 직업 중에서만 선택하는 대신, 창업을 통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사는 “수업에서는 창업의 성공 사례만을 다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성공 사례만 접하면서 막연하게 ‘창업하면 큰돈을 벌겠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실제 창업 과정을 알게 되면 오히려 쉽게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사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정신”이라며 “교과서를 통해 가상 창업을 경험할 때 학생들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도전정신을 기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사는 “교과서에 등장한 스팽스의 창업자 블레이클리는 본인의 성공 비결을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던졌던 질문’이라고 말한다”며 “아버지가 늘 ‘오늘은 어떤 실패를 했느냐’고 물었고, 실패한 이야기에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훨씬 잘했다’고 칭찬해준 것이 도전정신의 바탕이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기부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에는 청소년에게 기업가정신을 길러줄 수 있는 정규 교과목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교과서를 개발했다. 중기부는 다음 학기부터 비즈쿨 고등학교 등에 교과서를 배포하고, 교사 직무 연수나 시도교육청 안내를 통해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과서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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