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준 EQT인프라 한국 대표 물가상승 전가 가능해 장점 215억유로 규모 6호 펀드 조성 에너지·환경·디지털에 관심
"EQT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련 섹터 투자에 관심이 많다. 인프라스트럭처는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더욱 각광받을 만하다."
서상준 EQT 인프라 한국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20년 이상 지속될 메가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 EQT의 원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QT는 최근 215억유로(약 34조원) 규모 인프라 6호 펀드를 최종 클로징했다. 직전 펀드 대비 35% 성장한 것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서 대표는 "기존 투자자 가운데 70%가 이번 펀드에 금액을 평균 20% 높여 재투자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자금이 적은 편인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가 EQT 성과를 재차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미 6호 펀드는 40% 이상을 에너지·환경에, 30% 이상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한 상태다. 에너지·환경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관련 밸류체인, 폐기물 처리 등으로 대표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약 1조원에 재활용 전문기업 KJ환경을 인수했다. EQT는 2026년 1월 1일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목표 이용률이 10%로 상향된다는 점을 기회로 봤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30%까지 높아질 예정이어서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2023년 물리·사이버 보안 기업 SK쉴더스를 사들였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비용에 인공지능(AI)과 각종 카메라·센서 기반 무인화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투자는 EQT 설립자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160여 년간 유지해온 운용 철학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사회 중심의 선진적인 거버넌스 전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EQT는 이사회에 교수, 회계사, 변호사를 영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펀드 출신 인사 1인과 전직 최고경영자(CEO)·창업자·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로 채우는 식이다.
서 대표는 "EQT는 600명이 넘는 이사회 인력 풀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산업 고문'으로 표현한다"면서 "이들이 직접 거래 발굴(딜 소싱)부터 실사, 경영에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Q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프라 부문 내부수익률(net IRR)은 약 15%, 총 MOIC(원금 대비 배수)는 2.5배에 이른다.
서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투자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EQT가 투자한 기업들은 물가 상승을 고객사에 전가할 가격 결정력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하방이 확보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EQT 창업주는 한국을 두고 교육을 잘 받은 근면한 인적 자원을 보유했으면서도 막강한 산업 기반으로 경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독일 같다고 평가했다"며 "막강한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에너지, 환경, 물류 운송 관련 인프라가 필수적인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