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 국빈 방문 개시…'美 관세' 공동 대응 모색(종합2보)
베트남과 산업·공급망 협력 협정 체결…시 주석 "무역전쟁 승자 없다"베트남은 대미 협상 위해 中 상품 우회 수출 단속…양국 입장차
박진형
입력 : 2025.04.14 22:41:58
입력 : 2025.04.14 22:41:58

(하노이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25.04.14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맞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주요 교역국이자 국경을 맞댄 '형제국' 베트남 국빈 방문에 나섰다.
하지만 베트남은 자국을 통한 중국 기업의 대미 우회 수출을 단속하는 등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를 낮추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 1박 2일간의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활주로에서 베트남군 의장대와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든 군중 수백 명이 환영하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이례적으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직접 나와 시 주석을 영접하는 환대를 베풀었다.
시 주석은 공항에서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지도자들과 양국 운명공동체 구축을 위한 새 청사진을 마련하고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주재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럼 서기장과 회담했다.

(하노이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앞)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앞)이 회담을 하고 있다.2025.04.14
회담 이후 시 주석과 럼 서기장 등 양측은 공급망 강화·철도 협력 관련 협정 등 수십 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수십 건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중에는 상품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간 협력 강화 업무협약(MOU)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은 중국과 베트남이 지난 2월 승인한 약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 양국간 철도 건설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부이 타인 선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번에 베트남이 철도·농업 무역·디지털·녹색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약 40개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도 만나는 등 방문 기간 럼 서기장, 끄엉 주석, 찐 총리, 쩐 타인 만 국회의장 등 베트남 국가 서열 1∼4위 전원과 대면한다.
이어 오는 15∼18일에는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시 주석의 올해 첫 외국 방문이며, 주석직 취임 후 4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베트남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면서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으로부터 중국산 상품의 대미 우회 수출 경로로 낙인이 찍혀 46%라는 초고율 상호관세의 표적이 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으로 들여와서 '베트남산'으로 생산국 표시만 바꿔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불법 환적 단속을 강화하는 등 미국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최근 국내 기업들에 상품·자재 원산지 관리를 강화하고 원산지 표시 조작과 같은 사기 행위를 근절하도록 지시했다.
산업무역부는 응우옌 홍 지엔 장관 명의의 지난 10일자 공문에서 미국의 베트남 상대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기업들에 자재 공급원을 다각화하고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맞서 양국 공동 대응을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방문에 앞서 년전 기고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자간 무역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가 '운명공동체'라면서 "양국은 산업·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녹색 발전 등 신흥 분야 협력을 확대해 양국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3개 철도 노선 구축 사업, 스마트 항만 건설 사업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도 중국 관영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중 가장 많이 베트남을 찾은 시 주석이 '베트남의 진심 어린 동지이자 절친한 벗'이라고 화답했다.
럼 서기장은 중국이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세 번째로 큰 외국인투자 국가라고도 언급했다.
이어 두 나라가 3개 철도 노선 건설 등 주요 양국 협력 프로젝트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또 베트남 북부와 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위해 중국 차관을 도입하고, 국영 항공기 제작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 여객기의 베트남 운항을 승인하는 등의 선물을 이번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찐 총리는 이날 허둥펑 코맥 회장을 접견하고 코맥 항공기 임대·구매 협력과 베트남 내 항공기 정비·수리 센터 투자 등을 제안했다.
또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항공 분야 협력을 포함한 여러 중요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과 코맥은 전날 협력 업무협약(MOU)에 서명했으며, 중국 청두항공이 운용하는 코맥 C909 중소형 여객기를 비엣젯이 임대해 국내선 2개 노선에 투입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하노이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박 2일간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위해 14일(현지시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2025.04.14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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