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규제 움직임에 PEF 위축 관세 불확실성에 몸값 산정 난항 매도·매수자 눈높이 격차 커 대기업 사업부 분할 거래는 활발 기업가치 제고 여지 높아 인기
올 상반기 인수·합병(M&A)시장에 수조 원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매물이 꾸준히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원매자들 움직임이 위축되면서 거래가 정체되는 모습이다. 반면 대기업 카브아웃(사업부 분할 매각) 거래만큼은 활발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5조원 이상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DIG에어가스는 곧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고 예비입찰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1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 상반기 거래를 완료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예상보다 절차가 늦어지는 모양새다.
시가총액이 4조원을 웃도는 미용기기 기업 클래시스는 경영권 지분(약 61%) 매각 진전이 한층 더딘 모습이다. 애초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일부는 실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판 ASML'로 불리는 반도체 장비 기업 HPSP 역시 차일피일 본입찰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 MBK파트너스가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부상했으나 최근 관련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로 전해진다.
이처럼 대어급 기업들이 꾸준히 매물로 출회해도 정작 '조 단위' 딜을 소화할 원매자들이 움츠러들면서 거래가 지지부진한 분위기다. 당장 전략적투자자(SI)인 대기업들은 새로운 M&A를 꾀하기보다는 현금 확보와 재무건전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PEF 운용사들은 홈플러스 회생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전수 조사에 나선 데 이어 차입매수(LBO)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대기업 카브아웃 거래는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외 PEF 운용사들의 각축 속에 LG화학 워터솔루션즈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랜우드PE가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카브아웃 매물의 매력으로는 대기업의 비효율을 일정 부분 걷어내기만 해도 밸류업 여지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사업부에 비해 부담스러운 간접비용을 덜어내는 것만으로 경비가 절감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