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약값 낮추고자 외국에 인상 압박하나…"가격 평준화"

美가 높은 가격 부담해 제약사 연구개발·외국 의료체계 보조한다고 주장"다른 나라가 제약사에 낮은 약값 강제"…한미 무역협상 쟁점 가능성
김동현

입력 : 2025.05.13 00:31:50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의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약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사실상 지원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약값 부담 인하 정책을 소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책의 골자는 비싸기로 악명 높은 미국의 약값을 다른 선진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약값과 "평준화"(equalize)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USTR)와 상무부 장관에 다른 나라가 의도적이며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추고 미국의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행동을 취하라고 지시했다.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돈을 더 벌면 미국에서는 가격을 낮출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지시로 보인다.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쓰지만, 그런 약을 미국에서만 비싸게 팔고 외국에서는 싸게 팔다 보니 미국이 연구개발비를 전적으로 부담해 다른 나라의 약값을 "보조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제약사들은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에서 내고 있다"면서 "오늘부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보조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다른 나라의 몇 배에 달하는 약값을 내지만 앞으로는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가격을 낼 것이라면서 이를 "최혜국대우(MFN)" 가격이라고 칭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와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을 돕고, 다른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면서 제약사와 직접 약값을 협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를 상대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짓을 하는 나라들을 조사해 그들이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내야하는 가격에 추가하겠다.

다시 말해서 그들(다른 나라)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관세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약사들이 미국에서 폭리를 취해왔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들이 제약사들에 이를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유럽연합(EU)을 콕 집어서 "가장 심하다"라고 비판했으며 "미국의 환자들이 독일과 EU 모든 국가의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사실상 보조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특정하긴 했지만, 미국이 향후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도 약값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제약사들은 자기들이 개발한 '혁신' 신약에 대해 한국이 보험 약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고 수년간 주장해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정부가 제안한 정책 변경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업계는 한국의 혁신제약사(IPC) 인증 정책에 대해서도 투명성 우려를 제기했다.

이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특정 기업이 세액 공제, 연구개발 지원, 더 유리한 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지만 혁신제약사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에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고 USTR은 설명했다.

blueke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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