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은 숨기고 싶다”…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 얼마나 줄었길래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5.13 22:24:07
입력 : 2025.05.13 22:24:07
쪼그라드는 상장사 영업익
4분기 반도체 업황 악화에
삼성전자 전망치 18% 줄어
대표 수출기업 부진 두드러져
LG전자 60%·현대차 16% 감소
4분기 반도체 업황 악화에
삼성전자 전망치 18% 줄어
대표 수출기업 부진 두드러져
LG전자 60%·현대차 16% 감소

‘글로벌 관세 전쟁’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4분기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두드러지게 둔화했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예상치를 제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92개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7.8% 감소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오는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연초 49조4999억원이었으나, 네 달여가 지난 5월 12일 기준으로는 45조634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쪼그라들었지만 4분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3%포인트가량 적었다.
약 3주 남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2개사 기준으로 연초 44조5545억원에서 42조3825억원으로 4.87% 줄었다.
오는 3분기 96개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1월 1일 50조3717억원에서 지난 12일 47조9752억원으로 축소됐다. 4개월만에 추정치가 4.77% 줄었다.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산업계를 향한 실적 눈높이는 차츰 낮아졌다. 관세 정책이 실질적으로 경제 환경에 영향을 주는 시기를 4분기로 보고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감소세가 가장 컸던 셈이다.
최근 미국이 대중국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등 ‘트럼프 관세’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말에는 국내 기업 전반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1분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출기업들이 관세 정책에 따른 선수요로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지만 이제는 그 반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관세 일부가 지연되고 있지만 정책이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뒤로 갈수록 그 영향은 커진다”며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업황도 4분기부터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추정치 악화를 이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7.8%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은 연초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에 상장사 92곳 전망치 합계 대비 23% 수준인 11조35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2조원이 줄어든 9조33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주요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달과 이달 발효된 25%의 자동차와 부품 관세의 영향권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6.2%와 11.2%가 감소했다. 역시 미국향 가전 수출 등으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LG전자는 59.7% 줄었다.
업황 둔화에 관세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리스크까지 더해진 2차전지 기업의 실적 전망 하향 폭도 컸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오는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5.1%, 삼성SDI는 61.2% 각각 하향 조정됐다.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38%)·엘앤에프(-62.2%)·포스코퓨처엠(-56.1%)도 줄줄이 영업이익 전망치가 쪼그라들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미국은 관세 불확실성이 크다”며 “오는 7월부터 자동차 가격 상승 사이클도 일어나기에 갈수록 2차전지 기업에는 불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연초보다 실적 전망치가 상향된 기업들은 대부분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났거나 오히려 수혜를 보는 산업에 속했다.
HD현대중공업(29.9%), 한화오션(38.1%) 등 조선 업체들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큰 폭으로 올랐다. 넷마블(27.8%)·컴투스(35%)와 오는 4분기 신작 게임을 출시하는 펄어비스(164%) 등 게임 업체의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폭도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