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기업"…칩 제조사에서 진화 선언
"AI는 전기·인터넷 같은 인프라"…엔비디아 협력 韓업계에도 '기회' 기대대만, 'AI 인프라' 비전 실현 거점으로 낙점…"컴퓨터 산업 생태계의 중심"
김아람
입력 : 2025.05.19 17:29:29
입력 : 2025.05.19 17:29:29

(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2025.5.19 burning@yna.co.kr
(서울·타이베이=연합뉴스) 김아람 강태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를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하며 AI 생태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황 CEO는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칩 회사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엔비디아는 더는 그냥 기술 회사가 아닌 필수 인프라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AI 인프라 기업"이라며 "모든 국가, 지역, 산업, 회사에 AI가 필요해 AI는 인프라의 일부가 됐다"며 AI가 전기와 인터넷에 이어 글로벌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황 CEO가 엔비디아를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그가 엔비디아의 정체성을 '가속 컴퓨팅 플랫폼 회사'('컴퓨텍스 2023' 기조연설), 'AI 플랫폼 제공자'(2024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등으로 표현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산업 인프라라는 점을 부각하며, 엔비디아도 칩과 그래픽 카드를 제조하는 기술 기업에서 나아가 산업 발전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임을 명확히 했다.
또 황 CEO는 AI 인프라에 필요한 공장으로 데이터센터를 언급하면서 정보를 저장하고 처하는 데이터센터를 넘어선 'AI 공장'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AI 공장에서는 에너지를 투입하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해낸다"면서 "요즘 기업들은 지난 분기에, 지난달에 얼마나 많은 토큰을 생산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AI 공장이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산업으로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 확대에 더욱 힘을 실으면서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칩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만 있는 TSMC와는 다른 방향으로 협력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며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생태계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 차별화 전략을 진행하면 국내 업계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AI 인프라 기업의 비전을 발표하면서 황 CEO는 그 전략을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대만을 낙점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대만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25.5.19 burning@yna.co.kr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를 비롯해 폭스콘, 에이수스, 미디어텍, 콴타 등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여러 글로벌 IT 업체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이날 폭스콘, 대만 정부, TSMC와 협력해 대만 최초의 대형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AI 칩 설계, 로보틱스, 양자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포함하는 엔비디아 대만 신사옥 설립지도 공개했다.
황 CEO는 대만을 두고 "최첨단 산업의 중심이자 AI와 로봇 산업의 진원지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을 생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의 소중한 파트너들과 오랜 친구들의 고향"이라며 "컴퓨터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대만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지정학적인 이유도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AI 인프라를 대만에 구축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피하면서도 아시아 시장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대만은 미중 갈등으로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져도 엔비디아가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최첨단 AI 칩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규정에 막혀 중국에는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가 TSMC를 필두로 대만 업계와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점은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에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가 TSMC와 더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인 만큼 삼성전자가 끼어들 틈은 더 좁아질 수 있다"며 "엔비디아와의 거리가 좀 더 멀어질 수 있더라도 국내 업계도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ic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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