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보면 한숨만 나와요”…주가 올라도 못 웃은 서학개미들, 문제는 환율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입력 : 2025.05.21 11:15:29 I 수정 : 2025.05.21 14:09:59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1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오름세로, 원/달러 환율은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뉴욕 증시가 트럼프 관세 쇼크를 회복했지만 ‘투자 성적표’를 받아든 서학개미들의 표정이 그닥 밝지만은 않다.

2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20일 달러·원 환율은 5.4원 내린 1392.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9일 1487.6원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하고도 열흘 만에 100원 가까이 내린 셈이다.

1400원 중반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로 낮아지면서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1월 1400원을 오가더니 12월부터는 14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중 관세전쟁이 극적으로 유예되고 미국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이달 1300원대로 낮아졌다.

미국 주식에 투자 중인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이 반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후 지난달 급락했던 주가가 대부분 제자리를 찾았지만, 환율 하락에 수익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P500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5963.60으로, 지난 3월 말 종가(5611.85)를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1.88%, 11.07% 올랐다.

그러나 서학개미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 국내에서 미국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기 위해서는 미리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비싸게 환전해 투자하고, 다시 원화로 바꿀 때 환율이 낮아진 경우다. 만약 1450원에 환전해 A 주식을 100주 산 후 10% 올라 팔아도, 달러·원 환율이 1350원으로 낮아졌다면 수익률은 2.41%에 불과하다. 여기에 환전 수수료와 거래 비용, 세금까지 더하면 남는 게 크지 않다.

서학개미 종목 게시판에는 “환율 때문에 투자 원금이 줄었다”, “주가가 올라도 환전하면 이익은 크지 않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지속해서 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라면 달러 가격이 오를 때까지 버티면 되지만, 급전이 필요하면 환 손실은 불가피하다.

앞으로도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 달러화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달러화는 올해 2~3분기 중 미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주요 선진국과의 펀더멘털 격차가 축소되며 약세 흐름에 머물 수 있다”며 “미 달러 약세와 비(非)미국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에 따라 1300원 중반대까지 하락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는 하반기는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국 내 신산업 투자 사이클이 재개될 경우,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달러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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