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 먹거리는 신약 … 삼성 '메가바이오 생태계' 완성

김정석 기자(jsk@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김대은 기자(dan@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입력 : 2025.05.21 18:05:01 I 수정 : 2025.05.21 23:15:22
삼성바이오 지배구조 개편 …바이오로 정면 승부
출범 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후발주자에서 생산력 1위로
올해 매출 5조원 돌파 목표
그룹전체 지배구조 개편 아닌
바이오 사업 독립성 제고위한
자체 사업재편 해석에 무게
삼성바이오 주가 7.1% 급등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이 바이오 사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규모로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인적분할해 중간지주사 삼성바이오홀딩스(가칭)를 설립해 이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신설되는 삼성바이오홀딩스 산하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수평적으로 들어가는 형태다. 이번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21일 관련 주가를 견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전날보다 7.11% 오른 110만원에 마감했다.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43.06% 보유한 모회사 삼성물산의 주가도 11.74%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낸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43.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1.2%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주주는 25.7%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연결축에 해당한다. 이재용 삼성 회장→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그룹의 핵심 지주사 역할을 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와도 복합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지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 지배구조 변화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차원의 지배력 재편이 아니라 바이오 사업 내 독립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 구조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회장은 현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쟁점이 여전히 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중심의 지배구조 정비에 즉시 착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심과 2심 형사재판 모두에서 이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구조 개편 논의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 사업 변화는 바이오 사업 육성 전략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삼성물산의 지배력 확대나 이 회장의 승계 구도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 흐름과 맞물려 지배구조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홀딩스를 신설하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관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면 삼성물산은 기존처럼 바이오 사업에 직접 지배력을 행사하기보다 바이오홀딩스를 거쳐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중간 지배 단위가 생기면 삼성물산의 실질 지배력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바이오홀딩스의 상장이나 독립 경영 논의로 이어질 경우 지분 구조조정이나 지배력 재설계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중심의 기존 지배구조에 조정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사업부문별 분리나 중간지주 체제 전환 등 그룹 차원의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구조 변화는 자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간지주회사가 되고 그 산하에 다양한 계열을 거느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인적분할은 기존 모회사에서 사업 자회사를 분리하되, 기존 주주들이 동일한 비율로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기존 주주들은 삼성바이오홀딩스와 인적분할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모두 동일한 지분율로 보유하게 된다.

장점은 명확하다. 각 사업부문은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갖춰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주주가치 희석 없이 자회사 상장이 가능해 '쪼개기 상장'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경우 바이오 부문 지주회사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투자를 본격화한 것은 14년 전인 2011년 4월부터다. 당시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바이오 사업을 꼽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으나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생산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내세워 무섭게 성장했다. 현재는 글로벌 CDMO 생산능력 1위이며, 매출로는 론자에 이어 2위다. 창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주액은 163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하며 올해 매출 5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삼성그룹의 전체 실적을 이끌어오던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더욱 주목받는다.

CDMO 시장은 앞으로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질주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석 기자 / 김지희 기자 / 김대은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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