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도 코딩 푹 빠져 창업까지 했죠"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5.29 17:40:36
AI기반 통계분석 프로그램 개발한 김경성 석좌교수
1970년대 제대후 코딩에 눈떠
평생 코딩 활용한 연구로 성과
美 주도 통계 분석 SW 시장에
토종 프로그램으로 도전 나서
노년 창업 성공 모델 보여주고
年 1500억원 로열티 줄이고파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AI대학원장. 이충우 기자


"올해 나이가 일흔이지만 여전히 코딩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주변에서 이제 쉬라고도 하죠. 하지만 노년에도 지적으로 고차원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 또래는 물론 젊은 세대들과 후학들이 저를 보고 동기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AI대학원장은 서울교대에서 30년간 교수와 총장으로 근무하고 2020년 은퇴한 '원로 세대'다. 그로부터 2년 뒤 현재 학교에 석좌교수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스타트업 아이스태티스틱스를 설립하고,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통계 프로그램인 iSTAT를 출시했다. 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에도 매일 3시간씩 코딩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가 코딩을 비롯한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벌써 약 50년 전이다. 군 복무를 마친 197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를 진행한다는 것을 우연히 접한 게 시작이었다. 이때 재미를 느껴 전공을 통계학 기반의 교육측정평가 분야로 결정했고, 미국 UCLA로 유학을 떠나 같은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에도 코딩을 활용한 통계 분석 기술의 전문성을 높였다.

김 대표는 "4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던 KIST 강연은 끝날 때쯤 나를 포함해 2명만 남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며 "UCLA를 졸업한 후에는 8년간 객원교수로 재직했는데, 이때 iSTAT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결과물은 미국 관계부처에 보고·등록을 마쳐 뜻하지 않게 회사의 미국 진출 교두보까지 마련해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특허 등록을 마친 iSTAT는 국내 학계·산업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적인 통계 분석이 필요할 때 iSTAT가 기존 프로그램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AI 모델은 수리통계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환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련 분야에서 이미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기존 프로그램의 로열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김 대표는 "iSTAT는 50년 넘게 통계 및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산 프로그램인 SPSS와 SAS를 대체하기에 최적"이라며 "국내에서만 연간 1500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aSSIST에 부임한 직후 학교로부터 1억원가량의 연구비 지원도 받았다. 당초 지인과 후배들에게만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데모 버전을 무료로 나눠주던 것의 가치를 조동성 aSSIST 발전자문위원장(현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알아보고 본격적인 개발을 권장했던 것이다.

프로그램을 실제 사용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기존에는 프로그램 언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관련 프로그램을 쓸 수 있었는데, 이 문턱을 낮춘 것이다. 그는 "영남대의 경우 정식 출시 전에 구매 계약을 맺었고, 그 외 학교들도 문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AI가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일까. 김 대표는 "한글을 알기 위해서는 24개 자모를 알아야 하듯 기본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STAT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코딩 설계를 비롯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다"며 "그런데 이것은 프로그램 언어를 몰랐다면 전혀 할 수 없는 일이다. 미래의 필수 인재로 거듭나기 위한 코딩 공부는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학생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도전할 용기를 얻는 것을 바라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인생 2막을 연 아이스태티스틱스 창업은 그래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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