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 출근도 싫다”...재택근무 원하는 이 나라 국민들, 불똥 여기로 튄다는데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입력 : 2023.03.28 07:00:27 I 수정 : 2023.03.28 21:25:28
27일 미국 주요지수 방향 엇갈려
‘SVB인수’ 퍼스트시티즌스↑54%

JP모건 “오피스 투자 피하라”
재택근무 선호에 공실난도 부각

미국 주요 국채 가격·달러화 하락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설립한 위성 발사업체 버진 오빗(VORB)이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가운데 무급휴직을 연장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27일(현지시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27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서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0.17%, 0.61% 올라섰습니다.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각각 0.47%, 1.21% 떨어졌습니다.

미국 지역 은행 유동성 리스크가 상업용 부동산 업체 부도 리스크로 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개 들고 있지만 ‘뉴욕증시 변동성 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오히려 약 5% 떨어졌습니다. 미국 주요 은행 주가 지수 ‘KBW 나스닥 뱅크 인덱스’는 직전 거래일보다 2.54% 올라섰습니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퍼스트 시티즌스(FCNCO) 주가가 본 거래에서 약 54% 올라섰습니다. 이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성명을 내고 FCNCO가 실리콘밸리뱅크(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수 규모는 약 720억달러인데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165억달러 낮은 수준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미국 중소은행 FCNCO는 밸리 내셔널 뱅코프와 인수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다만 SVB의 모든 재산이 인수된 것은 아닙니다. FDIC가 SVB로부터 압류한 재산 가운데 예금과 대출은 퍼스트 시티즌스로 넘어가지만 이 외에 900억달러 규모의 주식 등 일부 자산은 퍼스트 시티즌스에 넘어가지 않고 법정관리 상태로 남게됩니다.

한편 ‘제2의 SVB’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C) 주가는 이날 하루 11.81% 올랐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중앙은행’ 욘방준비제도(Fed·연준)가 FRC 유동성 지원을 위해 긴급 신설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지원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이밖에 ‘제2의 크레디트스위스’가 될 것이라는 불안이 돌던 도이체방크(DB) 역시 주가가 4.71% 올라섰습니다. 그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크레디트스위스보다는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왔고 최근 10개분기 연속 순이익을 냈다는 점이 부각된 영향입니다.

27일 BXP 주가 흐름
한편 시장 관심은 은행 유동성 위기에서 상업용 부동산(CRE) 으로 분산되는 분위기인데요.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관련주 매수를 피하라는 조언을 내고 있습니다. JP모건의 듀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미국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오피스용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 대출 만기가 2023~2024년 사이에 몰려있는데 CRE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은행 충격이 겹친 탓에 만기 연장·갱신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이는 바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대표적인 뉴욕증시 상장 종목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K), 존스랑라살(JLL), SL그린리얼티(SLG), 보스턴 프라퍼티(BXP) 등입니다.

리츠 투자 리스크와 관련해 라코스-부자스 수석 전략가는 “우리는 CRE 담보 대출의 약 21%가 최종적으로 채무 불이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CRE 중 에서도 오피스(기업 업무 공간) 부문은 다년간 하락세를 보였지만 작년 이후 더 높아진 대출 금리와 시세 하락,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으며 재택 수요 증가에 따른 오피스 수요 부진(공실률 13%)까지 감안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 미국 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를 기준으로 볼 때 CRE 리츠 중 가게 등 소매 리츠와 데이터센터·물류 창고 등 산업 리츠 수익률이 각각 약 2%, 8% 증가한 반면 오피스 리츠는 0.64% 떨어졌습니다. 오피스 리츠는 작년 한 해에도 수익률이 37.6% 떨어진 바 있습니다.

오피스 리츠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사무실 출근 기피·재택 근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점입니다. 지난 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직원들은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한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에 “일할 곳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며 반발한 상태인데요.

주요 기업들도 재택 근무를 완전히 폐지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디즈니와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주 4일 사무실 출근, 구글과 애플은 각각 작년 4월과 9월부터 주 3일 사무실 출근 체제에 들어가는 식으로 ‘일상 복귀 선언’ 후에도 재택·사무실 근무를 혼합해 운영 중입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상위 25개 오피스 시장 공실률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5%에서 2022년 말에는 19% 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주요 국채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진 결과 수익률이 급등했습니다. 이날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17bp(=0.17%p) 오른 4.91%,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bp 오른 3.94%,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bp 오른 3.53% 에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하락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5시 00분 기준 0.25% 떨어진 102.86 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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