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ABL생명, '몸값' 변수는

입력 : 2023.03.28 14:53:32
제목 : 매각 앞둔 ABL생명, '몸값' 변수는
IFRS17 '1년 소급법' 선택…CSM보다 '자본' 챙기기

[톱데일리]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매각 가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3000억~4000억원대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실적 변동성이 커진 데다 새 회계제도(IFRS17)와 신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도입으로 자본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다.

ABL생명은 1954년 제일생명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생명험사다. 1990년대에는 업계 4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으나 1999년 IMF 사태로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매각됐고 2017년에는 중국 안방보 험에 다시 팔렸다. 하지만 안방보험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2019년 중국 금융당국이 다자보험을 설립해 위탁 경영해 왔다. 최근 다자보험그룹이 그룹 내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ABL생명도 매각하기로 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ABL생명 몸값을 3000억~4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ABL생명의 자산과 자본은 각각 19조4562억원, 8548억원 수준이다. 국내 상장된 생명보험사(삼성·한화·미래에셋·동양)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평균 0.2배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3000억원 내외의 매각가격이 추산된다.

다만 장부 상의 가치를 제외하고 ABL생명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변수는 따로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과 킥스 등이다.

보험사의 보험 포트폴리오는 크게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으로 나뉘는데, IFRS17이 적용되면 저축성보험은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다. ABL생명의 경우 저축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수익성' 지표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ABL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성보험 비중은 32.5%다. 한때 50%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IFRS17 적용이 확정된 이후 30%대까지 줄였다. IFRS17 제도에서 유리한 보장성보험은 같은 기간 42.3%로 3년 전(29.2%)보다 13%p(포인트)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ABL생명과 같이 중형사로 분류되는 생보사 평균 저축성보험 비중은(20%대 수준)을 고려하면 IFRS17 제도 하에선 ABL생명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ABL생명이 IFRS17에 적용키로 한 방식도 지켜봐야 할 변수 중 하나다. IFRS17 하에서는 완전 소급법이 원칙이지만, 실질적으로 완전 소급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은 1~5년까지 수정 소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 상태다. ABL생명은 이중 1년 수정 소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즉 IFRS17 전환일로부터 이전 1년부터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만 소급 적용하고, 그 전 보유계약은 공정가치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소급 기간이 짧을수록 자본은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보험계약마진(CSM) 규모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CSM은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자기자본과 CMS를 합하면 대략적인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ABL생명은 '1년'이라는 짧은 소급기간을 적용한 상태로 CSM 규모가 작아지면 매각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킥스가 적용되는 점도 변수다. 올해부터 보험사들은 자본건정성 지표를 RBC비율 대신 킥스비율로 계산해야 한다. 두 지표 모두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는 방식은 같지만 킥스는 보험부채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또한 RBC비율보다 킥스비율 산출 시 평가 항목이 많아져 건전성 지표에 대한 신뢰 수준은 높아질 예정이지만, 다수의 보험사들이 RBC비율보다 킥스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ABL생명도 킥스가 적용되면 RBC(구 지금여력)비율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ABL생명의 RBC비율은 215.1% 수준으로 전년 말(232%) 대비 17%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킥스가 적용되면 ABL생명의 킥스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ABL생명은 일단 킥스 적용 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ABL생명은 킥스 적용 유예와 더불어 자본적정성 유지를 위한 자본 확충에 힘쓰고 있다. 이달 초 ABL생명은 13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당초 700억원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ABL생명은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ABL생명의 자본건전성 지표는 10%p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ABL생명의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ABL생명의 최근 5년 간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수백억원 적자에서 수백억원 흑자까지 큰 폭으로 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연간 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8년 19억원 ▲2019년 -286억원 ▲2020년 875억원 ▲2021년 72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는 60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중이다. 2020년과 2021년의 호실적은 각각 법인세비용 환입과 부동산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덕분이다.

결국 금융시장 자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실적까지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등 각각의 변수 탓에 지난해 시장에서 제시된 ABL생명의 기업가치는 올해 변동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ABL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지난해 12월 ABL생명의 매각을 결정하고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를, 법률자문사로 김앤장을 각각 선임했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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