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한화오션, 추가 유증 필요한 까닭은

입력 : 2023.06.19 15:27:41
제목 : '새출발' 한화오션, 추가 유증 필요한 까닭은
미인도 선박 영향 재고자산 증가 및 추가 충당금 설정 가능성↑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공적자금 회수 압박에도 대비해야

[톱데일리]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한화오션은 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러시아 선박과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는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 선박) 등의 영향으로 재고자산 증가나 추가 충당금 설정 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추진할 자금 회수도 고려해야 한다.

한화오션은 단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21년 후부터 ▲급격한 원가 상승 ▲매출 회복 지연 ▲해양프로젝트 관련 손실 인식 등으로 연간 당기순손실이 1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2021년 1조6731억원, 2022년 1조767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순손실이 1212억원에 달했다.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차입금은 줄지 않고 있다. 2021년 2조7152억원의 차입금은 2022년말 2조6913억원 소폭 감소했다가 올해 1분기 다시 3조77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2021년 2조 400억원에서 2022년 1조1127억원을 줄더니 올 1분기에는 6517억원까지 감소했다. 현재 부채비율도 2224.2%다.

한화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며 투입한 2조원의 증자 대금이 유입된 후부터 한화오션의 재무안정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자본총계가 5211억원에서 2조5211억원으로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459.7%로 감소할 전망이다. 차입금도 상당부분 상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실적개선세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인도 선박으로 인해 재고자산이 증가하거나, 장기 미계약에 따른 추가 충당금 설적이나 손실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선주가 선박 건조 계약을 취소할 경우 해당 자산은 한화오션의 재고자산으로 잡힌다. 만약 재고 선박이 방치된 채 남아있거나, 헐값에 팔린다면 자산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한화오션의 재고자산은 매년 큰 폭 증가했다. 연결 기준 2021년 말 1조4000억원에서 2022년 말 2조2000억원, 올해 1분기 기준 2조5000억원으로 점차 늘었다.

현재 한화오션의 미인도 선박은 총 네 척이다. '드릴십'과 '러시아 수출용 선박'이 대표적 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18년 한화오션은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노던드릴링과 각각 2억96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두 척의 드릴십 건조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최종 인도하지 못했다. 노던드릴링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계약 불이행, 납품 지연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통보했고 이로써 두 척은 현재 한화오션의 재고자산으로 잡혀있다. 다만 한화오션은 최근 손실 규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두 척 가운데 한 척을 제3자에 재매각했다. 다른 드릴십 한 척은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다.

발라리스와 계약한 두 척의 드릴십 역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13년 대우조선해양은 영국 시추선사 발라리스와 11억3000만달러(1조4468억원) 규모의 두 척의 드릴십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목표 인도 시점은 2021년이었지만, 발라리스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도 시점은 2023년으로 미뤄졌다. 올해 발라리스의 정상화 지연으로 인도가 최종 취소된다면, 이 건 역시 재고자산으로 잡힐 수 있다.

러시아 수출 선박 역시 문제되는 부분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분쟁으로 러시아 수출 선박의 대금을 기한 내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화오션은 고객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해당 선박을 재고자산으로 인식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척당 계약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최종 인도가 불발되는 경우 대규모 자산 손실에 따른 자본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미인도 선박의 대금 60~70%를 고객으로부터 이미 지급 받아, 추가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인도를 예정했던 발라리스 드릴십은 예정대로 진행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중·장기적으로 수출입은행 등 공적자금의 회수 압박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화그룹과 인수 계약 체결 당시, 수출입은행은 2조3000억원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스텝업 조항(기존에는 2021년까지 연 1.0%)을 조절, 금리를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연 1.0%로 유지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2008년 구주 포함 6조원에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었다. 이와 달리 10여년 만에 신주 인수 조건으로 2조원에 경영권을 취득한 건 상당히 유리한 거래"라며 "경영권 지분 취득과 동시에 한화오션의 정상화 자금까지 마련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화오션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 한다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한화그룹을 상대로 영구채 등 그동안 투입한 공적 자금의 회수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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